플라스틱과 공존하며 잘 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가

따뜻한 인터뷰
인터뷰 장보영
사진 사이이다

플라스틱과 공존하며 잘 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가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쓰레기 문제로 우리 지구는 지금 지독하게 병들어 있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전면 금지 선언 여파로 갈 곳 잃은 쓰레기들이 지역 곳곳에 불법 투기됐으며 그중 일부는 자연스레 바다로 유입돼 해양 생태계, 나아가 인간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다. 여러 쓰레기 중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백 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높다.

취재팀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만난 것은 푸른 바다 위에서였다. 지난 49~16일 총 일주일간 운항한 13회 피스앤그린보트의 게스트로 탑승한 홍수열 소장은 수차례의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전했다. 동시에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이 진행되는 배 안에서 그는 플라스틱 프리가 가지고 있는 지엽적(枝葉的) 측면에 대해 조심스레 논하기도 했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가 소비자로서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막연히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고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실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플라스틱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그가 강조하는 소비자 실천소비자 저항에 대해 들어봤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쓰레기 대란

소장님, 안녕하세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배 위에서 뵈니 더 반갑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자원순환문제 전문가 홍수열이라고 합니다. 현재 민간 연구소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에서 재활용 및 쓰레기의 자원순환에 관한 다양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정책 연구부터 현장 조사, 시민들에게 쓰레기 문제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여러 교육과 강연 등을 진행합니다.

 

아무래도 최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지고 있는 환경 이슈라고 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일 것 같은데요.

지난해 상반기에 일어난 쓰레기 대란에 이어 하반기의 쓰레기 불법 투기 사태, 바다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환기돼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만을 가장 심각한 쓰레기 문제라 국한할 수는 없어요. 어떤 국면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구요, 의료 쓰레기 처리 문제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어쨌든 구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지속될 것 같기는 합니다.

 

예전에는 단순하고 막연하게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오염된다’ 정도로 인지했던 환경 문제가 이제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어요. 특히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못하고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장장 500여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차원의 사건이 된 것 같거든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의 일부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그렇게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쌓이고 쌓여 해양 생태계 그리고 인류의 건강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으로 불거진 건데요. 바다 쓰레기 문제는 시간에 따라 여러 국면을 거쳐요. 합법적으로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우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는 주로 유기물이었어요. 가축의 분뇨처럼 바닷속에서 바다 생물에게 분해가 되는, 그들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이었죠. 하지만 그조차도 바다 오염의 원인이 돼서 전 세계적으로 바다에 쓰레기를 직접적으로 투기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했죠. 그게 1975년 8월에 발효된 ‘런던 협약(쓰레기를 해양에 함부로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이 비준한 협약)’인데요. 그럼에도 가장 늦게까지 바다에 유기물 쓰레기를 버린 나라가 한국입니다. 결국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됐고 2015년이 돼서야 한국도 바다에 유기물 쓰레기를 버리는 걸 최종적으로 금지하게 됐죠.

 

아무래도 지난해 있었던 쓰레기 대란을 다시금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로 수입해 가던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금지 이전과 이후, 전 세계 재활용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문제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요. 먼저 국제적 상황에서 보면 그동안 중국은 매년 약 500만 톤에서 7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양의 약 5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죠. 그런 중국이 지난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어요. 당연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국 수출에 의존했던 국가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겠죠. 가장 타격이 큰 나라가 미국이었는데요. 미국은 그동안 가정이나 기관에서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선별장에서 선별한 뒤 그 일부를 국내에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중국에 싼값으로 팔아왔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선별해도 이제 처리할 곳이 없어진 거죠.

 

그렇다면 차선책이 있었나요?

미국은 중국을 대체할 다른 시장이 필요했겠죠. 그게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같은 국가들이었구요.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중국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요. 당연히 이들 국가들이 수입할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물량 자체가 기존의 중국 시장이 수입했던 양을 흡수하지 못하구요. 결국 미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분리수거 자체가 붕괴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선별을 해도 어차피 재활용도 안 되니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 매립하는 거죠. 하지만 매립으로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설비와 기술이 필요한 이행기에 이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국과 달리 선별품으로서의 유가 가치가 떨어지는 쓰레기들이었어요. 이런 쓰레기들을 국내에서 소각하면 소각 비용이 더 비싸니까 차라리 중국으로 수출했던 거죠. 그런데 그 길이 막혀버린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국내에서 처리해야겠죠. 그런데 처리시설보다 처리해야 할 쓰레기의 양이 훨씬 더 많은 거예요. 결국 갈 곳을 잃은 일부 쓰레기들이 불법으로 투기되거나 방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1%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져온 바다의 비극

막막한 상황이군요. 바다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왜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진 걸까요? 크리스 조던의 다큐멘터리 사진전 <알바트로스>를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에 가득 품고 죽은 알바트로스의 모습이 너무 잔인하고 끔직해 인간으로서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에요.

일단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그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일차적 원인이겠죠. 쓰레기 처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저개발국가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면 바로 육산에 투기되고 그것이 강을 따라 바다로 쓸려 들어가는 구조예요. 미국이나 유럽처럼 어느 정도 경제 개발이 진척된 선진국가의 경우 쓰레기 처리 체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바로 바다 쓰레기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앞서 말했듯이 쓰레기 처리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쓰레기 처리 대란이 발생하고 그중 일부가 바다로 유입되는 거죠.

 

우리나라 바다도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굉장히 높게 측정됐다고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저개발국가처럼 쓰레기를 바다에 바로 버리는 구조가 아님에도 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게 나타났을까요? 그건 성질상 플라스틱이 분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몇백 년이 지나도 분해가 안 됩니다.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다는 건 결국 지금 바다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이 많다는 거겠죠. 사라지지는 않고 계속 축적만 된다는 거겠죠. 그래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무서운 거예요. 우리나라의 99.9% 플라스틱 쓰레기는 관리되고 있어요. 문제를 일으키는 건 바로 관리되지 못한 0.1%의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고 결국 전 세계적으로는 1%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바다에 축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이것을 ‘1%의 반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다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유입되는 걸 막는 것도 문제고 수거도 문제네요.

우선 이미 바다를 떠돌고 있는 쓰레기를 어떻게 수거할 것이냐가 관건인데요. 공해상의 쓰레기는 책임 주체가 없어서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국가 간 공동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하겠죠. 자기 영해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국가 산하에서 관리합니다. 실제 우리나라 근해로 유입된 해양 쓰레기 중 매년 수거되는 양은 40%가 채 안 됩니다. 왜 100% 수거가 못 되느냐면 돈 때문이에요. 해양 환경공단과 지자체가 쓰레기 수거 선박을 운영해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들거든요. 중앙정부 예산은 한계가 있구요.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으로 해양에 유입되는 쓰레기를 만든 최초의 원인자에게 쓰레기 수거 비용을 징수하든지, 아니면 강을 통해 바다로 쓰레기를 내보낸 육지의 지자체들에게 쓰레기 처리 부담금을 분담시키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무엇인가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경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선박에서 배출되거나 어업활동 중에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구요. 지천을 통해 강을 거쳐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불법 투기하는 쓰레기들도 그렇구요. 이런 경로들을 조사한 뒤에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대책들을 대대적으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요즘 ‘플라스틱 프리’라든지 ‘일회용품 안 쓰기’ 같은 운동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이런 운동들이 효과가 있을까요?

물론 긍정적인 의미와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그보다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세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언론 기관이나 환경 단체에서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대중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 사용을 줄이자’라는 실천적 구호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들은 그저 상징적 의미일 뿐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관한 정확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방해가 되는 면도 없잖아 있어요. 플라스틱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자칫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죽자’는 말과 같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이미 세상의 거의 모든 사물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놀라운데요. 하지만 ‘플라스틱 프리’나 ‘일회용품 안 쓰기’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인 동시에 최선의 실천이라고 봐요. 실생활에서 남용되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거부할 순 없어요. 다만 무조건적으로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고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마치 일회용컵을 안 쓰면 플라스틱 문제가 전부 해결될 것처럼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디테일하고 현실 가능한 중장기적 대책을 병행해서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제로로 줄이는 것이 이 시대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앞서 언급한 0.1%의 관리되지 못하고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99.9%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는 주장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요? 오히려 0.1%가 문제가 된다면 이걸 현실적으로 관리할 대책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현명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하고 있어요. 텀블러, 대체 빨대, 에코백 사용이 대표적인데 별로 효과가 없단 얘기인가요?

문제는 그 정도라는 거죠. 우리가 줄일 수 있고 다른 재질의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에는 사실 한계가 있어요. 플라스틱은 우리의 오랜 생활과 산업에 이미 너무도 깊숙이 침투해 있어요. 인류의 삶과 플라스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죠. 언급하신 텀블러, 대체 빨대, 에코백. 이거 다 줄여봤자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 몇 퍼센트가 줄어들 것 같아요? 테이크아웃컵을 죄다 텀블러로 대체한다고 해도 10% 정도 줄어들 뿐이에요.

 

적극적 ‘소비자 저항’이 필요한 때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생활용품들의 일회용 포장재 같은 경우 소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줄이기가 참 힘들어요. 소비자가 바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사안도 아니에요. 플라스틱 쓰레기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로 나아가려면 우선적으로 전반적인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시간이 필요하죠. 일례로, 농산물을 산지에서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매를 거쳐 유통매장으로 운반할 때 그 과정에서 상품이 상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 등을 디테일하게 거쳐야 하고 방법을 만들어야 해요.

 

테이크아웃컵도 문제지만 저는 특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음료 페트병을 보면 한 번 쓰고 버리기가 아깝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음료 중 80%를 다 유리병에 담아 팔았어요. 그리고 그 유리병들을 수거해 세척한 후 재사용했죠. 그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가벼운 캔과 페트로 거의 다 대체가 됐어요. 그렇다면 그 무겁고 다루기 힘든 유리병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이 문제도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광범위한 동의 구조가 형성이 돼야 하죠. 언론에서 세세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그다음 소비자들도 환경 운동을 펼쳐야 하고. 크게 봤을 때 ‘재사용 경제’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전략을 세워야 하는 지점에 이른 겁니다.

 

페트병을 그 자체로 세척해 재사용할 수는 없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선례는 없는 건지.

페트병을 세척해 재사용하는 데에는 역시 여러 복잡한 문제가 따릅니다. 일단 페트 자체가 두꺼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용기 제조비용이 몇 배는 더 들죠. 그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조했다고 쳐요, 회수가 안 됐을 때의 손실은 그럼 어쩔 것이냐. 그러고 나서 이걸 세척해 재사용하는 건데 페트병 사용해보셔서 알겠지만 사용 후 분리배출하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오염이 돼요. 그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있고 다회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레치로 인해 환경호르몬 문제도 있죠. 2000년대 초반에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페트병 재사용 제도를 시도했는데 5년, 길게는 10년 정도 시행하고 거의 없어지는 추세예요. 그나마 독일이 지금까지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구요. 그만큼 어려움과 한계가 많다는 반증입니다. 페트병을 세척해 재사용하는 방법이 아닌, 페트병을 페트병으로 가공해 다시 만드는 방법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입니다.

 

페트병이 재활용되려면 음료 바깥을 감싸고 있는 비닐 라벨지를 완전히 벗겨 분리배출해야 한다면서요?

페트병 본체만 재활용하는 거고 라벨지는 재활용할 수 없어요. ‘라벨지도 페트 재질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불가능해요. 음료 본체는 투명한데 라벨지에는 색깔이 들어 있잖아요. 그게 섞이면 본체 재활용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색깔이 들어 있는 라벨과 페트병 본체는 반드시 분리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페트병을 분리배출할 때 처음부터 라벨지와 마개를 떼고 배출하는 게 가장 확실하구요, 그러지 못했을 경우 재활용 업체에서 기계적으로 라벨지를 뜯어낸 뒤 바람으로 날리고 물에 띄우는 방식으로 제거를 하는데 그래도 100% 다 제거가 안 되죠.

 

정말이지 플라스틱은 인간의 실생활 깊숙한 곳까지 침투돼 있는 것 같아요.

플라스틱은 우리가 아는 합성 수지에도 들어 있지만 합성 섬유와 합성 고무에도 들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플라스틱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일회용 테이크아웃컵이나 페트병, 비닐봉지 외에도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우리가 쓰는 티슈, 화장품, 빨래할 때 쓰는 섬유유연제 등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다 들어 있죠. 자동차 타이어도 합성 고무로 만드니 이 또한 결국 플라스틱인 거구요. 페인트도 마찬가지고. 플라스틱 아닌 것이 없다고 할 만큼 문명은 플라스틱과 이미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함께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대체제 또한 모순이 많습니다. 요즘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종이 빨대나 쌀 빨대, 해초 빨대 등이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또한 수요가 증가하면 물량을 공급하는 데 결국 한계가 있어요. 그럼 결국 대체제를 만들기 위한 유전자 조작이 불가피해질 거구요.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닌 거죠. 그렇기에 무조건적으로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 플라스틱을 쓰기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이상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과 어떻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모색해야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의미 있고 건강하다고 봐요.

 

‘3R’이라고 하죠. 결국에는 덜 쓰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재앙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 아닐까 싶은데….

소비자 차원에서의 접근으로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소비자 실천’과 ‘소비자 저항’인데요. 위에 언급한 방법들이 ‘소비자 실천’이 되겠죠.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보다 적극적 변화를 위해서는 ‘소비자 저항’이 필요합니다. ‘소비자 저항’이라는 것은 생산과 유통에 대한 적극적 항의 표시를 통해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도 변화하도록 이끌어내고 유도하는 방법이죠. 이를테면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의 제품 안 쓰기, 그런 기업들의 제품들을 모니터링하고 플랫폼에 국민 청원하기 등. 개별 소비자들의 분리돼 있는 생각들과 의견들을 어떻게 조직된 힘으로 모아 능동적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이제는 중요하다고 보여요.

 

마치 강의 하나를 들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소장님은 어쩌다가 이 분야 전문가가 되신 건가요?

그러게요. 처음부터 작정하고 된 건 아닌 거 같구요(웃음). 쓰레기 문제를 아무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연구를 안 하더라구요. 그저 다들 한 발 걸치고 있을 뿐 쓰레기 관련 정책, 제도, 운동 등의 관점에서 쓰레기를 오랫동안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관련 회의나 토론을 가더라도 쓰레기에 관해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피상적으로 이야기들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난해 쓰레기 대란이 터졌을 때도 모두가 우왕좌왕했다고 봐요. 하기야 쓰레기 문제가 그렇게 갑자기 터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는 한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거나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 10년은 실전에서 뛰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분야별로 촘촘하게 깔려 있고, 또 서로 연결돼 있을 때 세상이 조금은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홍수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정책을 공부했다. ‘재사용 경제’를 주장하며 어떻게 하면 인류가 플라스틱과 공존하면서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원순환문제 전문가. 현재는 민간 연구소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에서 재활용 및 쓰레기의 자원순환에 관한 정책 연구, 현장 조사, 관련 교육과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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