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앞에서 느끼는 온전한 행복

행복의 한순간
캔버스 앞에서 느끼는 온전한 행복

요즘 정말 바쁜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편리하게 변해가고, 그 속에서 ‘느리게 느리게’를 찾기가 아주 어렵다. 이따금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금의 여유라도 찾기 위해 핸드폰을 내려놓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천천히 걸어보기도 한다. 잠시나마의 느림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된다.

 

하루 중 내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작업실에 있는 시간들이 아닐까 싶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캔버스 앞에 있을 때 나는 온전한 자유를 느낀다.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마음껏 작업으로 풀어내고 나면 그 순간 찾아오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관객들에게 주는 행복감도 크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작업을 하면서 마주하는 행복한 감정들을 모아 전시가 시작되고, 이후 전시를 찾은 관객들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다시 나에게 돌아와 다음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 삶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다시 하루는 빠르게 흘러가겠지만 나의 노력으로 찾아낸 느림과, 좋아하는 일을 통한 행복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바쁜 삶 속에서 행복한 순간을 더 자주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글과 사진 노보(Novo) / 비주얼 아티스트

 

행복의 한순간
서른의 여름방학에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대학 생활 4년, 군대 생활 2년 4개월, 회사 생활 3년 3개월. 그렇게 나의 20대는 끝이 났고, 어느 날 갑자기 서른이 되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인생의 여름방학’을 신청하고 16년 지기 친구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32일 동안 매일 20~40km씩 총 800km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풍경은 세상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세상 누구보다 친절하고 상냥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소중함,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시는 와인 한 잔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었고 원초적 삶이 주는 행복 또한 밀도 있게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는 것.’

‘인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선물을 준다.’

 

최근 한 방송에서 방송인 홍진경이 남긴 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역시 홍진경의 말과 같지 않을까. 이곳에선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3초 만에 깊은 잠에 들 수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정말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주는 선물. 그런 선물들은 내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주었고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돌아보니 한 달의 시간은 너무 소중했고 행복했다.

 

‘사소한 일들이 특별한 경험이 되는 곳.’

‘평범한 일상이 주는 마음속 울림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곳.’

 

산티아고를 지나 묵시아 바다에서 우리는 여행을 마무리했다. 서로에게 고마웠던 것들, 여행에서 좋았던 것들 그리고 각자 가지고 왔던 고민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는 마지막 건배를 하며 기분 좋게 취했다. 그리고 아이들처럼 맘껏 소리를 지르며 묵시아 바다에 몸을 던졌다. 서른의 여름방학에 떠난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글과 사진 전경한 / 자유인생탐험가

 

행복의 한순간
성취의 공유

3년 전 나는 내 인생에 큰 행사 두 개를 한 번에 맞이했다. 외국에서의 삶 그리고 동반자와의 평생의 여정. 타국에서의 삶을 도전해보고 싶었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설득 끝에 이곳 토론토에서 신혼생활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둘 다 영어도 못 하고 돈도 몇 달 생활비만 들고 왔으니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지인들은 우리의 행동을 보고 ‘용기’와 ‘만용’ 사이로 여겼을 정도. 하지만 우리는 버티고 참아내며 열심히 살았다. 편의점 짐꾼 일부터 시작해서, 식당 잡일, 이삿짐 도우미 등.

버스를 타고 가다 내리는 방법을 몰라 버스 노선을 빙글빙글 돌기도 했고, 집 앞에 식당이 없어서 감자칩으로 끼니를 때우다 아내는 코피를 흘리기도 했었다. 몇 주 만에 알게 된 한식집의 제육볶음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해외에서의 삶은 우리의 기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에 마찰도 많았다. 하지만 의지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다는 게 서로를 쉽게 용서하고, 뭉치게 했다. 해외에서의 부부싸움의 장점을 잠시 얘기하자면, 싸우고 정류장에 앉아 있다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오는 게 최고의 일탈이었다.

우리는 조금씩 성장했다. 이제 동네 단골음식점도 생기고, 낯선 외국 음식 재료로 한식을 만드는 것도 능숙해졌다. 토마토로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뿌리식물로 유사 더덕구이를 해 먹기도 한다. 남향집으로 이사하여 바질 꽃이 피는 것에 술잔을 기울인 적도 있었고, 정규직이 됐다고 두 손 맞잡고 방방 뛰었다. 하루, 한 달, 일 년. 우리가 성장하는 것을 뿌듯해하고 작은 것에도 칭찬한다.

더불어 부부간의 이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침에 깨우지 말기, 냄비 수저로 긁지 말기 등등. 매일 붙어 있다 보니, 서로의 취향과 싫어하는 작은 행동을 모조리 알고 있어 싸움이 줄고 있다.

내게 행복이란 ‘작은 성취들을 짝지와 공유하는 순간’인 것 같다. 행복이 있어도 혼자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더욱 커지지 않았을 텐데, 둘이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거나하게 취하듯 행복이 부풀어 올랐다. 앞으로도 이런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하는 우리의 행복이 작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글과 사진 조철희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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