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바구니

농부 이재관의 자연일기
글과 그림과 글씨 이재관

칡바구니

지난겨울 집 둘레에서 칡넝쿨 몇 가닥을 걷어왔습니다.

내동 마당에 늘어뜨려 놨다가 볕드는 날 바구니를 엮었습니다.

오랜만에 칡넝쿨바구니를 짰더니 손가락 끝이 얼마나 아프던지요.

수년 전 우연히 칡넝쿨을 걷어다가 곧바로 바구니를 짰는데 경험이 없는지라 칡넝쿨이 마르면서 헐거워지고 벌레가 먹더라고요.

그 뒤로는 칡넝쿨을 걷어다가 김장 때 썼던 소금물 통에 담갔다가 건져 한 달 정도 말린 뒤 바구니를 엮었지요.

이렇게 엮은 칡바구니는 아내가 뜨개실을 담기도 하고 구운 발효빵을 담기도 하면서 바구니 구실을 합니다. 좁장한 바구니는 꽃을 담기도 하고요.

지천에 널려 나무를 휘감고 오르거나 밭으로 뻗어와 뿌리를 내리는 골칫덩이 칡넝쿨.

그래도 내 손을 거치면 보물이 됩니다.

겨울이 기다려지네요.

(칡넝쿨은 물이 내린 겨울부터 물이 오르기 전인 2월 말까지 걷어야 합니다.)

 

느티를 옮겨 심다

12년 전인가, 마을길에서 볼펜 굵기만 한 느티를 떠다가 밭가에 심었습니다. 가만두면 마을길 풀베기 때 예초기 날에 날아갈 운명이었거든요.

느티는 무럭무럭 자라 제법 큰 그늘을 드리우면서 나무꼴을 갖춰갔지요.

이 밭은 12년 전 우리가 사기로 계약을 한 밭이었는데 밭주인 쪽에서 등기 이전에 문제가 있다며 5년 만에 계약을 파기하더군요. 그 뒤로는 임대료를 주고 밭을 지었습니다. 돌을 몇 무더기나 주워내고 농약, 비료, 제초제는 물론 비닐도 쓰지 않고 농기계도 들이지 않고 무경운농사를 지었습니다. 밭은 아주 푹신하게 흙이 살아나서 무엇을 심어도 칠칠하게 잘 자랐습니다. 올해부터는 밭주인이 농사를 짓겠노라며 밭을 비워달라 했고 밭가에 있던 느티도 자리를 옮겨야 했지요.

하늘 벌려 뻗은 가지들을 잘라내고 굴삭기로 캐서 밭 위 언덕 우리 땅에 심었습니다. 가지를 자르면서 많이 미안했는데 이제 제자리 잡고 섰으니 깊이 뿌리를 박고 잘 자라주기를.

ⓒ(주)혜인식품-네네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