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쥴리에게 배운 삶의 태도들

마고의 매직 라이프
글과 사진 마고

천하장사 쥴리에게 배운 삶의 태도들

쥴리와의 첫 만남

내가 쥴리를 처음 본 것은 7년 전 캄페냑이라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함께 잔치 준비를 할 때였다. 몸을 쓰며 천막 등을 치는 일을 한다고 건장한 남자들이 대부분의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쥴리였다.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밧줄을 묶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5월 정도로 아직은 선선한 날씨였는데 반팔 티셔츠를 입고 밧줄을 묶는 그녀의 팔에서 단단한 근육이 엿보였다. 육체노동으로 만들어진 근육이라는 것을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같은 동네로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오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마주쳤고, 서로 별말은 없었지만 서서히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게 됐다. 엄마로서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항상 아이 이야기가 우선이 된다. 당시 다와는 아기였고, 다와는 쥴리를 따르고 좋아했다. 가끔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와가 쥴리에게 그 이상의 특별한 공감대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와는 네 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쥴리와 점토 아틀리에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나는 쥴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보게 됐다. 40대 중반의 쥴리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쥴리는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탁을 다 들어주고 예쁘다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에서 들어주며 그에 따른 옳은 말을 척척 잘해준다. 그럴 때면 ‘이래서 말 안 듣는 아이의 주변에 좋은 어른들이 있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밥하는 애들 엄마라 나는 남의 집에서 밥을 먹으면 그릇부터 관심이 간다. 요리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그릇에 욕심이 생겼다. 물론 중고가게에서 제일 헐값에 팔리고 사람들이 버려 넘쳐나는 것이 그릇이라 그릇을 일부러 살 필요는 없지만 남에 집에서 예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은 더 맛있어 보이고 실제로 왠지 더 맛도 좋은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수돗물도 세라믹 용기에 담아놓고 기다렸다가 마신다. 그러면 물이 정화되고 맛도 좋다고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점토로 늘 뭔지 모를 추상적인 것들이나 콩, 토마토, 지렁이 같은 것들을 만들어오던 다와가 갑자기 작은 공기 하나를 만들어왔다. 쥴리가 도와줬는데 제법 잘 만들어서 그 후로 다와는 자기가 직접 만든 밥그릇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와도 그렇지만 나 또한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내가 자꾸 칭찬하니 녀석도 좋았는지 그 후로 내 밥공기도 만들어주고 머그잔까지 만들어왔다. 그렇게 집 안에 제법 쌓여가는 다와가 만들어온 그릇을 쓸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내가 쓰는 그릇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쥴리의 아틀리에에서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친 쥴리와 안부인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에센스 오일 디퓨져가 눈에 들어왔다. 볼 때마다 ‘있으면 잘 쓰겠다’고 생각하던 디퓨저였고, 그때 한창 에센스 오일에 빠져 있던 때라 더욱 관심이 갔다. 하지만 나의 장보기 예산을 훌쩍 넘는 가격이라 살 생각은 접고 있었다. 나의 시선을 읽은 쥴리가 ‘이거 만들기 쉽다’면서 언제 아이들과 함께 아틀리에에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그러겠다’고 하고는 어린 둘째와 함께 그녀의 아틀리에에 방문했다. 기분을 좋게 하는 흙냄새를 한껏 맡으며 아틀리에에 입장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냄새에 잡생각들은 잠시 잊게 됐다.

텃밭에서 흙을 만진 이후 점토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어렸을 때 미술 시간 이후로 거의 처음인 듯했다. 생각하거나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는데 막상 해보려고 하니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쥴리가 옆에서 친절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나 욕구인 건지, 세 아이들 모두 집에서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옷에 묻거나 집 안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쥴리의 아틀리에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점토와 물을 섞고 탁자 위에 뭉개는 아이들은 그 순간을 웃고 즐기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쥴리와 함께 그동안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접시와 밥공기를 만들었다. 흙을 만지는 기분이 좋았다. 그 행위 자체로 마치 내 안의 여성성과 연결되는 듯했다. 생각보다 빨리 접시와 밥공기를 완성한 나는 ‘이렇게 하면 웬만한 물건은 쥴리의 도움으로 다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아틀리에에 방문한 후 나는 보는 것마다 직접 만들어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촛대도, 타르트를 구울 수 있는 오븐 용기도, ‘이것은 쥴리와 함께 만들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은 다시 한 번 조명하게 됐다.

언젠가 그녀의 전시에 간 적이 있다. 그녀가 만든 여러 좋은 작업물 중 유독 그녀가 만든 마스크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상시키는 나무와 잎사귀 혹은 본인의 머리카락을 직접 사용해 만든 마스크들이 아주 맘에 들었다. 쥴리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정말 부지런히 움직인다. 음악 밴드 공연도 하고 점토 아틀리에도 열며 동네에 큰 잔치가 열릴 때는 항상 두 팔 걷고 일한다. 나는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에너지에 놀라며 ‘도대체 저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 싶어진다.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쥴리는 프랑스 서부 노르망디 지역의 시골에서 자랐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나무에도 올라가고 닭장에 들어가 닭들과 놀고 농장에서 손수 짠 우유로 디저트를 만드는 등 즐겁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집안 형편으로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채 바로 삶의 전선으로 뛰어들어 홀로 독학하며 삶을 배웠다. 그럼에도 그녀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들었던 시절들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며 수많은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밝은 그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것을 혼자 삶에서 터득했다. 이를테면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흙을 만지는 일을 하게 됐냐’고 물으니 그녀는 ‘스무 살 때 당시 남자친구가 하는 밴드에서 흙춤을 추면서 흙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흙춤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공연 중 무대에서 흙과 춤을 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그 후 그녀는 타히티에 잠시 가서 집을 짓는 법을 배우고 프랑스로 돌아왔고 이후 무대 설치, 전기 설비 등 다양한 노동을 하며 여러 기술들을 직접 배웠다. 나는 쥴리의 갖은 경험과 노하우가 부러웠다. 그녀는 누구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본인이 웬만한 건 다 해결할 수 있었다.

쥴리네 집은 교회 바로 옆에 있었다. 그녀의 집을 지날 때 마침 교회에서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쥴리는 ‘요즘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지 누가 종소리로 시간을 듣냐’며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 교회가 공사를 시작하면서 동네에 한 달 이상 핸드폰이 터지고 있지 않아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면서. 아무도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는 상황에 쥴리는 화가 나 있는 듯했다.

노트르담의 대성당이 불탈 때 그녀는 물론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아름다운 예술품이 타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아마존 숲을 비롯해 수많은 밀림과 정글은 불태워버리고 갖가지 공해로 지구를 망가뜨리면서 왜 유달리 노트르담의 대성당만 가지고 난리냐고 말했다. 내가 ‘노트르담 성당은 꼭 가보고 싶었다’고 하니 쥴리는 ‘비슷한 게 여러 개 더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사람들을 위한 공원이나 나무 하나 더 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카톨릭이 그들의 권력으로 부린 카르마가 얼마나 사람들의 인식에 깊이 박혀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쥴리는 수리 예상 비용을 가늠하며 ‘또 세금을 엄청 떼겠다’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쥴리는 남자친구 그리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작은 공동체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평균 나이대가 50이 넘는 사람들로 그녀는 거기에 건축가로서 끼어 있다. 그중 누군가는 몽골 텐트를 칠 계획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마차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다들 그들이 평생 가지고 온 꿈들을 그들의 방식대로 소박하게 실현하려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제약도 만만치 않지만 그런 모든 것들을 감안하고 자신들의 삶을 더 자유롭고 윤택하게 영위해가려는 그들의 용기에 나도 덩달아 희망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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