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운동을 한다

두근두근 문화 채집단

오늘도 나는 운동을 한다

<보통 여자 보통 운동> 이민희

‘아, 운동 가기 싫다.’ 주짓수 3개월 차인 내가 저녁마다 내뱉는 말이다. 운동 후의 희열과 내 몸을 새롭게 발견하는 놀라움을 설파하면서도 매일 운동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의 경험담이 도움이 된다. ‘운동열정가’인 여성 10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보통 여자 보통 운동>은 몸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책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일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중요하므로 운동의 의미,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은 과정과 더불어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운동에 빠졌다는 공통점 외에 큰 차이는 운동 경험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아기스포츠단으로 다양한 종목을 섭렵한 선수 출신이 있는가 하면, 학창시절 체육 시간이면 괴로워했던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가 운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오히려 그는 여러 사람의 경험을 수집해 운동 강박과 죄책감을 덜고자 했다. ‘나는 이들처럼 운동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어’ 같은 위안도 얻고 말이다. 하지만 뜨거운 에너지는 옮아오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운동열정가를 꿈꾸며 도복끈을 묶는다. 박지형

 

우리는 정태춘․박은옥과 현재를 살고 있다
음반 <사람들 2019’> 정태춘

그 시절의 청춘이고 싶었다. 2012년, 정태춘․박은옥의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처음 듣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시 어렸던 내 나이가 그렇게 싫었던 적도 없었다. 그로부터 7년 후,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함께 해온 민중가수 정태춘․박은옥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사람들 2019’>가 발매됐다. 이번 앨범은 세 곡의 신곡과 기존의 곡을 다시 부른 다섯 곡으로 구성됐다. 신곡이 적어 아쉬운가. 사실 이번 앨범은 모두 신곡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은옥이 불렀던 <빈 산>을 정태춘이 지금의 그의 목소리로 다시 불렀고, 싱어송라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들의 딸 정새난슬이 가장 좋아하는 곡 <들 가운데서>를 아버지와 딸이 함께 불렀다. 또 정태춘․박은옥 그리고 정새난슬을 모두 알고 있다면 한 번은 이 셋이 함께 부르는 무대와 노래를 상상해봤을 텐데, 그런 기대와 상상을 <이런 밤>이 충족시켜 준다. 가장 추천하는 트랙은 역시 <사람들 2019’>. 1993년 발표된 8집 수록곡 <사람들>에선 당시 민주화에 앞장섰던 운동가들의 실명이 언급된다면, <사람들 2019’>에선 현재 우리 일상의 풍경을 대화조로 담담히 읊조린다. 이번 앨범을 모두 듣고 나니 7년 전, 내가 느꼈던 아쉬움은 쓸모없는 감정이었다는 생각. 나는 정태춘․박은옥과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배

 

나를 일깨우는 타인의 말
<다가오는 말들> 은유

며칠 전 한 농인과 인터뷰를 나누었다. 그녀는 수화를 사용하는 자신과 대화하기에 글이 더 편할 거라며 서면 인터뷰를 제안했다. 대면하지 않은 채 나누는 이야기에는 때때로 오해가 있기 마련인 데다 상대가 장애인이었기에 나는 편견에 휩싸인 질문이 없는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신경 써서 질의서를 작성했다. 발송 버튼을 누르고 며칠 뒤, 그녀는 난감한 기색이 짙은 답장을 보내왔다. “저는 농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갑니다. 청각장애인이라 지칭하지 말아주세요.” 그녀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신체적 한계에 집중하는 어떤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부끄러워 후끈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얼마 전 읽었던 은유 작가의 책 <다가오는 말들>을 떠올렸다. 자신을 ‘찌르고 흔든’ 타인의 말과 책 속의 말을 통해 은유 작가는 편견을 고백하고 이로써 더 넓어진 자기 세계를 보여준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나의 한계가 보인다. ‘모르니까 무심해지고, 무심하게 무례해지고, 남의 불행에 둔감해지면서 자신의 아픔에도 무감각한 사람이 되는 악순환에 말려 들어간다’는 작가의 말처럼 일단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알아야 더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도 부끄러워야 할 일들을 맞닥뜨리는 데 머뭇거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지소영

 

 

가축 전염병으로 살처분된 동물들을 묻은 땅에 대한 불편한 기록
<묻다> 문선희

돼지는 공중에서 버둥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오리는 뒤뚱뒤뚱 쫓기다가 구덩이 속으로 후드득 떨어진다. 살처분 당시 구덩이에 내던져진 돼지들은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친지도 모른 채 태어나 처음으로 밟아 보는 흙과 깨끗한 공기를 맡으며 즐거워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두리번거리던 동물들의 머리 위로 흙더미가 쏟아진다…. 바로 2019년 현재 구제역과 조류독감의 현장에서 자행되는 일들이다. 9,800만, 짐작도 가늠도 되지 않는 이 천문학적 숫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축 전염병으로 살처분 당한 동물들의 숫자라 한다. 2010년, 전국에 생긴 4,799곳의 살처분 매몰지 중 무작위로 선정한 100곳의 땅을 2년 이상 추적하며 무고한 생명들이 처참히 묻힌 땅의 불편한 변화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저자는 묻는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생명을 계속 묻고 또 묻는 현재의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처법은 과연 합당한지, 최선인지. 이대로 계속 괜찮은 건지. 장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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