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영상으로 남기는 두 딸아이의 성장 일지

그녀의 행복한 도전
글 장보영
사진 고은주


매일매일 영상으로 남기는 두 딸아이의 성장 일지
<간니닌니 다이어리> 유튜브 채널 크리에이터 고은주

 

브이로그(Vlog)’가 대세다.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개인 SNS에 글을 쓰듯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을 말하며 유튜브가 대표적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스튜디오 가가의 대표 고은주 씨가 20162월부터 지금까지 남편과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키즈 채널로, 두 딸 간니(김가흔)’닌니(김리흔)’의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으며 구독자가 65만 명에 이를 정도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좋다. 20여 년을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로 살다가 퇴직 후 키즈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고 있는 고은주 씨,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현재 <디지털을 활용한 신 육아법>이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의 불꽃 같은 창직(創職) 스토리를 들어보자.

#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로 살아온 20여 년

지난 20여 년간 자타공인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로 살아온 고은주 씨. 10여 년간 CJ E&M에서 통합마케팅을 전담했고, tvN, 투니버스 등의 마케팅팀장을 역임했으며, 그 이전에는 당대 굴지의 광고 대행사 AE로서 업계에 진입해 10여 년을 근속했다. “불꽃 같은 20년이었어요. 일이 있어야 행복했던 사람이었거든요. 일이 곧 나였고 내가 곧 일이었으니까.” 저녁이고 주말이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고, 남들이 10시간 일하면 두 배 이상 일해야 직성이 풀리는 철저한 ‘일 중독자’였다. 나를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해내야 했고, 끝끝내 해냈다.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광고학원을 다니면서 만난 남자친구와 8년간 연애를 했고, 그와 결혼한 지는 올해로 13년. 일하는 여성이라면 유리 천장처럼 느껴지기 마련인 결혼과 육아 앞에서도 그녀는 천하장사처럼 끄떡없었다. 육아 휴직 중에도 일이 너무 하고 싶은 조바심에 산후 우울증이란 걸 미처 느낄 새도 없이 주어진 기간을 채우지도 않고 자진해서 회사로 복직한 그녀였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여자들이, 엄마들이,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을 쉬어야 하는지. “애는 여자만 키우나 싶었죠. 내 인생도 소중한데 왜 엄마들이 아이한테 희생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 시속 120km의 고공 질주에 걸린 브레이크

승부욕도, 스스로에 대한 기준도 높고 엄격했지만 인정 욕구도 대단히 컸다. 누구누구의 자랑스럽고 대단한 딸, 친구, 동료, 선배, 아내, 엄마….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이 그녀는 싫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으며 또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프로 워킹맘’이었냐는 질문조차 그녀는 단칼에 부정했다. 본인은 워킹‘맘’조차 아니었다고. 본인은 사실 아이들을 돈으로 키운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일을 병행하기 위해 언제나 아이들이 ‘이모’라 부르는 육아 도우미를 곁에 뒀다. 그러고서 밖에서는 승승장구했으니 잘 사는 것 같았다. 남들이 부럽다 하고, 잘한다 하니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남편의 임파암 판정. 영상 업계에서 일하던 남편 또한 자신처럼 매일 밤을 새고 일주일에 하루 겨우 집에 들어오는 나날을 반복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이라고 했다. ‘사람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그 당시의 사건을 계기로 남편 김선일 씨는 완쾌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아빠는 육아중>이라는 그림일기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 긴 터널 속 어둠을 비춘 ‘유튜브’라는 빛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딸아이에게서 애정결핍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 엉엉 우는 상황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터지고 말았다. 큰 아이의 고통에 찬 외마디. “나도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학원 데리러 와주는 엄마가 필요하고, 학교 끝나면 간식해주는 엄마가 필요하단 말이야!” 돌이켜보면 품 안에 안아서 제대로 재운 적 없었던 아이들이었다. 항상 미안했고 죄책감마저 들었지만 늘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외면하고 지나쳤다. 일생일대의 폭풍 같은 사건들을 겪으며 그녀는 하나의 결말에 닿았다. ‘가족을 돌봐야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한다는 건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쉽지는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 이 결심을 잠시 밀어두고 여느 때처럼 업무에 매진하던 어느 날, 그녀는 ‘유튜브 키즈 크리에이터 선발 대회’ 광고를 보게 된다. 유튜브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확산되기 전, 대다수의 사람들이 유튜브를 B급 미디어 정도로 인식하던 시절이라 그녀 또한 그 광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의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다.

# 두 딸아이의 성장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 탄생

그러기 위해서는 영상 촬영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임파선 수술 후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 남편과의 의논 끝에 그녀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아이들과 함께 첫 영상을 만들었다. 그녀가 남편을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죽음을 목도하고 인생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알게 됐으니 이제라도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고 챙기면서 살자고. 한번 자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우리 아이들의 지금 이 순간을 영상으로 오래오래 남겨두자고. 두 딸아이의 성장기를 담은 유튜브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2016년 2월 그렇게 탄생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현재 구독자 65만 명의 <간니닌니 다이어리>도 구독자 0, 조회수 0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주지 않아도 그녀와 남편은 두 딸아이의 일상을 계속해서 찍었고 또 남겼다. 하루에 한 편씩, 빠뜨리지 않고 영상을 올리자 관심을 보이며 응원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채널에 유입됐다. 사람들의 호응에 남편과 그녀는 시간을 들여 댓글을 달아주며 소통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대한민국 대표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로 거듭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니블리’라는 구독자에, 오프라인 모임 공간까지 생기기에 이르렀다.

 

# 키즈 디지털 방송국을 꿈꾸며

<간니닌니 다이어리>를 통해 고은주 씨 부부가 유튜브에 공유하는 건 두 딸아이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으로, 주요 구독층은 7~15세 어린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이다. 광고성 없는 ‘클린 영상’을 지향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은주 씨는 비로소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가정으로 온전히 돌아갔다. 비로소 ‘이제는 그래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물론 <간니닌니 다이어리>가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간니닌니 다이어리>를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 비전을 꾸려나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저 또한 일과 가정의 분리가 아닌 하나가 되는 일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두 딸아이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성격이 밝아졌고, 뭐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과 잘 맞는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채널이 안정화되며 원칙을 세웠다. 촬영은 오직 주말에만 집중해서 할 것, 하루 30분 이상 유튜브에 접속하지 않을 것. 촬영을 이유로 아이들의 학업이나 평소 일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키즈 디지털 방송국’을 만들어 향후 아이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담은 채널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고은주 씨의 새 희망이다. 디지털 미디어 변화의 시대에 그녀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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