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한순간

행복의 한순간

작시삼일 프로젝트

올해, 서른이 되었다. 나의 이십 대는 빠르게 달려나가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성취의 순간은 너무나 짧았고, 나의 하루는 대부분 견디는 게 최선인 시간이었다. 지난해, 개인적 재난이라고 부를 만한 여러 가지 일들 덕분에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고, 성공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무엇을 성공적으로 할지 선택하는 것이 삶이라면, 나는 이제까지와 다른 성공을 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올해 나의 목표는 일상에서 주어진 순간들을 즐기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시를 읽고 쓰면서 그런 완벽한 시간들을 마주친다. 좋은 문장을 만날 때의 행복함. 내가 쓴 문장의 빈 곳에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아 넣었을 때의 짜릿함. 그 완벽한 순간들! 쓰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다짐이 되는 글들이 있다. 나에게는 시가 그러하다. 그 순간들을 즐기고 모으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작시삼일 프로젝트’(instrgam.com/jagsisamil). 1년간 365권의 책을 읽고, 365개의 빛나는 문장을 찾아내고, 3일에 한 편씩 시를 쓴다. 행복한 순간을 모으고 모아 시간이 지나 뒤돌아봤을 때, 나의 하루가 완벽한 순간들과 함께 빛나고 있기를.

글과 사진 김휘래 / 귀촌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달리기를 시작했다. 타지 생활은 몇 년이 지나도 외롭고 힘들어서 취미라도 가져보면 좀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러닝 크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혼자일 때보다 오래 달릴 수 있고, 사람들도 좋아서 금세 재미를 붙였다.

나의 첫 마라톤은 2009년. 친구의 제안에 재밌을 것 같다며 덜컥 10km를 접수했고 걷다가 뛰다가 어쨌든 어렸던 패기로 완주를 하긴 했었다. 그리고 지난해, 크루를 통해 다시 대회에 참가했다. 분명 10년 전의 나는 훨씬 몸도 가벼웠고 체력도 좋았을 텐데 지금의 내가 더 잘 뛴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스노보드를 타는 친구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었을 때 노력만으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좋다고 했었는데,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달리기를 할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이 얼마나 사소한 거였는지를 그날의 달리기가 끝나면 알 수 있게 된다. 같이 뛰고 서로 응원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정말 고마운 일이다.

달리기, 그러니까 좀 더 정확하게는 ‘전주러닝크루’ 안에서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 요즘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

글과 사진 이보배 / 회사원

 

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행복

봇물 쏟아낸 생기의 봄을 보니 자연은 늘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집 앞 서릿발 날리던 대지에서는 흙내음이 났고, 봄을 위해 태운 잔디는 그을림 사이로 새싹을 틔웠다. 운영하는 카페의 바닥은 겨우내 모래알이 서걱거리며 치이다가 이제 민들레 홀씨가 달려 들어올 것이다. 벚나무의 꽃망울은 뽐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변화를 느끼는 내 마음과 같은지 봄에는 오랜만에 카페를 찾는 반가운 손님들이 생긴다. 안 본 사이의 별일들을 장광설로 떠들다가 소박하게 안부를 묻는다.

어느 정도 일할 준비를 마치면 어김없이 나를 위한 커피를 내린다. 향을 감싸 쥔 크레마를 티스푼으로 휘저은 후 처음 두 모금은 혀에 퍼트려 온전히 커피 맛 자체를 느낀다. 그리고 한 모금은 설탕 반 스푼을 넣어 마무리한다. 잠시 후 내 몸에는 마치 강한 진통제를 주입했을 때의 몽롱함, 목욕 후의 노곤함, 카페인의 강력한 각성이 차례로 찾아온다. 오전이라 다소 주춤하고 느릿하던 혈액들이 분발해 온몸을 휘감는다.

홀로 카페를 운영하며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판매하는 삶은 로망으로만 가득하지는 않다. 때때로 현실은 나를 깨물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는 강박감이 나를 옥죄며, 그로 인해 때때로 좌절도 한다. 하지만 시행착오의 결과 더 진일보한 커피 맛을 느낄 때 그리고 손님에게서 오로지 ‘커피 맛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나는 입이 귀에 걸려 가장 행복하다.

‘여기에 장미가 있다, 여기서 춤추어라’라고 헤겔은 말했다. 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근심, 걱정, 어려운 일들을 잠시 잊고 살 것만 같다고 착각이 든다. 계절을 느끼고, 손님을 응대하며, 탁월하지 못해도 끊임없이 사유하고, 커피를 만드는 나의 일상은 행복하다. 더욱이 이 봄, 커피와 동행하는 이 일상의 행복에 눈이 멀어 오늘도 속절없이 세월이 가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내 기나긴 쳇바퀴가 누군가의 주말과 저녁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행복, 내 곁에서 오래 나빌레라.

글과 사진 신진욱 /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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