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죽나무 열매/빵 굽는 난로

농부 이재관의 자연일기
글과 그림과 글씨 이재관

참죽나무 열매

2002년 부안으로 귀농을 했을 때 변산공동체에 들렀다가 우연히 제 종아리만 한 참죽나무 가지를 보았습니다. 토막으로 잘라 한편에 쌓아두었더라고요. 잘린 단면이 붉고 나이테에는 검붉고 끈적한 수액이 묻어 있는데 마치 피같이 보였어요. 땔감으로나 쓰겠다 싶어서 얻어왔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장대에 낫을 달아 가죽(중)나무 순을 따서 찐 뒤에 양념을 발라 찬으로 만들어주셨는데 짭조름한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06년 곡성에 자리 잡아 살게 되면서 참죽나무를 구할 수 있겠는가 물으니 마을 어른이 ‘대나무밭 뒤편 숲에 서너 그루 있으니 필요하면 쓰라’고 하더군요. 길이 없어서 어렵게 대숲에 길을 내고 친구들 도움 받아서 나무를 베어다가 아주 쓸모 있게 썼습니다. 그리고 연필 굵기 묘목 여러 그루를 떠다가 집 둘레에 심었는데 지금 그 참죽나무는 내 허벅지보다 더 굵게 자랐습니다.

봄에 돋아난 새순이며 잎도 귀한 음식이 되고, 고급나무 판재로도 쓰이는 참죽나무. 지난해에 처음으로 독특하고 귀엽게 생긴 열매를 매달았습니다. 밋밋해서 열매에 물감을 칠했는데 곱게 화장한 열매가 지금 거실에 걸려 있습니다. 참, 제 별명은 참죽나무입니다.

 

*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죽나무와 가죽나무(소태나무과)는 엄연히 다른 나무입니다.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입니다.

 

빵 굽는 난로

2013년도에 우연히 적정기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도시에서야 단추만 누르면 난방이 되고 따뜻한 물이 나옵니다만, 시골에서는 땔감을 써서 난방과 온수를 얻어야 하니 좀 더 효율이 좋은 보일러나 난로가 필요했지요. 협동조합을 꾸리고 고효율 화덕과 난로를 만들어 보급하다 보니 아내가 오븐이 달린 난로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해 겨울에 큰 오븐이 달린 난로를 만들어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난로는 쓰임새가 아주 많습니다. 물로 찌개를 끓이거나 식혜를 만들 수 있으며 김도 구울 수 있습니다. 오븐에는 고구마를 굽는 것은 물론이고 발효빵, 제과빵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 조리가 가능하지요. 꺾어놓은 분홍매화꽃에서 은은한 향이 나는 봄밤에 아내는 쉬폰 케이크를 구웠습니다. 부드럽고 폭신하며 달큰한 빵에 직접 볶아 내린 커피를 곁들이니 이만한 주전부리가 없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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