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는 아이들을 찍는 행복

그녀의 행복한 도전
글 장보영
사진 전소연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는 아이들을 찍는 행복
특수교사사진작가 전소연

두 아들의 엄마 전소연 씨, 18년째 특수교사로 근무해왔고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여행과 사진을 사랑해왔다. 여행과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네 권의 여행 산문집과 사진 산문집을 냈으며 엄마가 된 후로는 주로 두 아들의 성장을 기록하며 삶의 소소하고도 소중한 순간들을 카메라로 포착하고 있다. 더불어 그녀가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사진 찍는 기쁨을 알려주고 있다. ‘어디서 무얼 하든 인간 전소연을 잃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일과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여행하는 사진작가 ‘티양(Teeyang)’

전소연 씨는 두 권의 여행 산문집과 두 권의 사진 산문집을 낸 베테랑 사진작가다. 2008년 ‘초원광분’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명의 일행과 함께 펴낸 몽골 여행기 <그날 밤 게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를 시작으로 2009년 교토․오사카 여행 산문집 <가만히 거닐다>, 2016년 사진 산문집 <오늘 당신이 좋아서>, 올해 3월 육아 포토에세이 <네가 이렇게 작은 아이였을 때>를 출간했다. 그녀의 첫 카메라는 첫 월급으로 산 ‘로모카메라’였다. 사회생활을 하며 생기는 수입으로 그녀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여행지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네팔, 중국, 몽골, 태국, 베트남, 러시아, 일본 등 오래전부터 가슴이 부르던 곳으로 향했다. 한 달 이상의 ‘방학’이 있어 가능한 삶이었다.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특수교사로서의 정체성과 동시에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서서히 키워나갔다. 여행은 그녀에게 많은 영감을 가져다 줬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도. 시인인 남편을 만난 것도 여행 때문이었다. 함께 떠난 여행을 통해 서로 사랑을 키우게 됐고, 남편이 쓴 글에 자신의 사진을 입힌 여행기도 같이 펴냈다. 이 시절 갖게 된 닉네임 ‘티양(Teeyang, 태국어로 열두 시)’을 그녀는 지금까지도 무척 좋아한다.

 

# 아이들은 손톱처럼 자란다

‘티양’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곳곳을 누비던 것도 벌써 18년이 흘렀다. 말인즉슨 특수교사로 일한 지도 어느덧 18년이라는 뜻이다. 장애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특수학교에서 5년, 초등학교 내 특수학급에서 13년을 근무했다. 처음부터 커다란 사명과 목표로 특수교육학을 전공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대학에 가면 건축학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촌 언니의 추천으로 특수교육학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특수교육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렇게 시작한 특수교육학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특수교육을 하며 그녀는 작은 차이를 알아차리고 반응할 줄 아는 민감하고도 섬세한 사람이 됐다. 장애 아이들의 변화라는 건 대체로 미미하고 소소했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보람을 느꼈고 행복했다. 불과 2년 전에는 혼자 바지 지퍼도 올리지 못했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스스로 바지 지퍼를 올린다든지, 노래를 전혀 부르지 못하던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모습을 볼 때면 ‘아, 이래서 내가 이 일을 하지’ 싶었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 있는 손톱 같았다.

 

#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처음 손에 넣은 순간부터 한시도 놓은 적 없었던 카메라지만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서는 더 많이 셔터를 누르게 됐다. “장애 아이들 만나본 적 있어요? 눈빛도, 표정도 그렇고 정말 매력 있어요. 무심한 얼굴로 있다가 씩~ 한 번 웃을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을 사진으로 너무 남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카메라를 더 가까이 두게 됐죠.” 그렇게 그녀는 학내 사진부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달력도 만들어 부모님께 선물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사진의 매력에 빠진 그녀가 과거,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접속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블로그. 아이들의 모습을 비롯해 일상 속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찍은 사진들을 업로드하는 것 자체도 즐거움이었지만, 지치고 피곤한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사실 더욱 깊은 곳에 있었다. “제가 올린 사진 한 장, 짧은 글 하나에 사람들이 바로 반응을 해주는 게 내심 좋았던 것 같아요. 장애 아이들은 반응이 거의 없거나 되게 느리거든요. 눈 한 번 맞추기도 어렵고 이름도 몇 번이나 불러야 하고요. 그 시절에 내가 왜 그토록 잠도 안 자고 블로그에 빠졌을까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네가 이렇게 작은 아이였을 때

임신과 육아는, 축구로 치자면 그녀 인생에서 ‘후반전’이었다. 육아를 기점으로 그녀는 두 번째 패러다임에 들어갔다. 첫째 아이 ‘소울’과 둘째 아이 ‘류이’를 키우기 위해 두 차례 휴직을 하며 육아에 매진했다.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면서 에너지가 많은 유형이라 ‘피하지 못할 바에 즐기자’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복직하고 나서도 그녀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만큼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퇴근 후 혹은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산책을 하고 곤충 채집을 하고 수영을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자연과 계절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 무렵 시작한 것이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상적인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를 활용한 짧은 글을 올리는 재미에 빠졌다. 근간인 육아 포토에세이 <네가 이렇게 작은 아이였을 때>는 그 기록들의 모음이다. “소울이가 자라는 동안에 하는 말들을 문득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울이도, 류이도, 앞으로 계속 자랄 테니 지금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구요.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엄마로서의 저도 마찬가지고.”

 

# 새로운 도전으로 채우고 싶은 10년

남편과 두 아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5시 반이면 그녀는 어스름을 뚫고 일주일에 3번, 어김없이 홀로 집 앞 수영장으로 향한다. 이 시간이 있기에 그녀는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 그녀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수영을 한다. “살기 위해서예요.(웃음) 물속에 있으면 저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 시간 동안 고요히 제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 시작한 수영인데 이제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제 역할을 기꺼이 해내기 위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 시간이 필요해요. 남편도 이런 저를 이해해줘서 새벽 시간만큼은 협조해주려 해요.” 수영의 모든 영법을 마스터하자 서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전 씨, 2년 전 양양에서 처음 서핑에 입문해 지난해에는 오키나와에 서핑 투어도 다녀왔다. “서핑은 인생과 참 닮은 것 같아요. 파도를 기다리고, 파도를 타는 일이 모두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번 제대로 탔을 때 정말 짜릿하고.” 기회가 되면 수영과 서핑을 통해 배운 것들을 자기만의 기록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그녀, 열심히 살아온 지난 10년만큼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떤 재미있는 도전을 해볼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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