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한복을 입고 안나푸르나를 오른 이유

마이 홀릭 라이프
인터뷰 신영배
사진 류한경, 권미루, 김상수

그녀가 한복을 입고 안나푸르나를 오른 이유
비영리단체 전통문화 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단장 권미루

여기 한복을 입고 네팔 안나푸르나를 등반한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등산가도 하물며 복식(服飾) 연구가도 아니다. 오롯이 우리의 한복이 좋아서, 한복을 입고 세계를 널리 여행 중이다. 그 주인공은 권미루. 그녀는 2013년부터 한복만 입고 이탈리아, 스페인, 네팔, 베트남, 몽골 등 약 20개국, 70여 도시를 여행했다. 또 단순히 한복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영리단체 ‘전통문화 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이하: 한복여행가)’의 단장으로 활동하며, 우리 전통문화 중 재밌는 소재나 최근 이슈 등과 한복을 결합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권미루는 전통문화와 오늘날의 우리를 잇는 매개체로 한복을 십분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유튜브나 SNS에 한복을 입은 영상이나 사진을 많이 올리면서 한복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그로 인해 이제는 어렵지 않게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한복과 전통문화는 다소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한복의 어떤 매력이 그녀를 이토록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녀는 내게, ‘일제강점기 시절, 한복을 비롯한 우리의 모든 문화가 말살될 뻔했는데 그 와중에 우리 문화를 이만큼 지켜낸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통 하면 흔히들 고루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현재도 미래엔 전통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복과 전통문화를 즐기고 싶고, 널리 알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 속에 우리가 그녀의 행보에 힘찬 응원을 보태야 하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

 

한복을 입고 세계를 여행하다

‘한복문화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조금 생소해요. 직접 본인의 정체성을 소개해주세요.

한복 여행을 포함해 함께 제가 하는 활동은 ‘전통’과 ‘한복’ 그리고 ‘문화’ 이 세 가지를 가지고 만들어갈 수 있는 문화 기획을 하고 있어요. 그중 첫 번째는 한복과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우리의 전통문화 중 재밌는 소재를 통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모임을 만들고 있어요. 또 한복 관련 문화 기획을 통해 알게 된 한복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있고, ‘한복으로 문화읽기’라는 칼럼을 통해 한복의 문화와 지식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어요.

 

미루 씨 SNS를 보면 늘 바빠 보여요.(웃음)

방송가에서는 보통 명절 때 연락을 많이 주시는 편이에요. 또 지금 제가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 소속돼 있어요. 그래서 관련 기념행사들로 인해 일정이 바쁜 편이에요. 그 외 평소에는 비영리단체 ‘한복여행가’ 운영과 한복 관련 문화행사 기획, 크고 작은 모임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평상시에도 한복을 입고 다니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활동했던 한 포털사이트 카페가 한복 관련 카페도 아니었는데 2011년쯤 한복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전통과 역사를 더 알고자 사료를 찾아보며 자료를 모으다 보니까 시대별로 한복의 특성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로 인해 저 역시 자연스럽게 한복에 관심이 생겼고, 커뮤니티 내에서 ‘한복을 입고 밖에서 만나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옷장 속의 한복을 꺼내입자’라는 행사를 경복궁에서 진행하게 됐어요. 그때 그 행사에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복을 입기 시작했어요.

 

시대별로 한복의 형태가 다르고 유행이 있었다는 게 흥미로워요.

고려 시대 초기만 해도 여성 한복의 저고리는 현재보다 길고, 옷감을 많이 사용해 널찍하고 품이 큰 옷을 입는 게 부의 상징이었어요. 또 고려 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는 여성도 한복을 입고 길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했는데, 조선 시대에 성리학의 영향으로 유교적 사회 윤리를 더욱 강조하게 되면서 여성은 ‘처네’를 사용해 얼굴을 가리는 문화가 생겼고, 사회생활 또한 제한됐죠. 그러다가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점점 한복의 저고리가 짧아지고, 치마 ‘말기’가 드러나는 형태의 한복이 기생치마라고 흔히 알고 있는데요, 당시는 저고리 아래에 보이는 흰색 치마허리(말기)에 깨끗함과 정절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심지어 양반가의 남성들이 부녀자들에게도 이런 한복을 권하기도 했다고 해요. 조선 시대 때 성리학의 영향으로 여성들은 처네를 이용해 얼굴을 가렸는데, 오히려 저고리 길이가 짧아졌다는 건 재밌는 것 같아요.(웃음)

 

보유하고 있는 한복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통한복과 기성한복을 다 포함하면 한 100벌 정도 되는 거 같아요.(웃음)

 

헉, 정말 많이 보유하고 있네요. 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외투 한 벌 사는 값이 한복 한 벌 값과 비슷해요. 또 한복을 입게 되면서 우리가 일상복으로 입는 옷들을 잘 안 사게 되더라구요. 보통 사람들이 계절마다 옷을 사듯, 저도 예쁜 옷이 입고 싶을 때마다 한복을 사 왔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적절히 사용했다고 생각해요.(웃음)

 

단순히 생활복으로 한복을 입는 것을 넘어 해외여행까지 다니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전부터 국내 여행은 한복을 입고 많이 다녔는데요, 이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가 한복을 입고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도 해외에 한복을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은 젊은이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유명 관광 스팟에서 한복을 입고 벗는 과정을 반복했고 또 한국을 홍보하는 매개체로 한복을 이용하며 독도나 한글에 관한 홍보물을 외국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전통과 문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방식이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보다 한복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복만 입고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막연히 한복은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미루 씨는 한복이 불편하지 않나요?

사실 처음에는 불편해도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하려 노력했어요. 한복이란 건 사실 옛 옷이고, 당시의 생활방식과 삶을 반영한 우리의 전통 옷이잖아요. 그 후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현대의 삶에 맞춰 자연스레 의복도 변화했기 때문에 현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한복은 좀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불편함을 인정했어요. 대신 ‘나는 왜 한복을 입는 걸까?’에 관한 물음에 집중했어요. 그동안 저는 여러 활동과 경험을 통해 한복의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한복을 제대로 그리고 바르게 입으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동시에 한복이나 전통 그리고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누리는 것이 옳은 길인가를 함께 고민하게 됐구요.

 

여러 나라를 여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지금까지 약 20개국 정도를 여행한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네팔 안나푸르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할 때마다 하나씩 목표가 있었어요. 이탈리아 여행의 경우, 전통한복만 입는 게 도전과제였어요. 스페인은 사람들이 ‘이것도 한복일까?’ 싶을 정도의 생활한복만 입고 여행하는 게 도전과제였구요. 앞선 여행들에서 한복을 예쁘게만 입고 여행을 하다 보니 문득 ‘혹 한복을 입고 힘든 등산을 할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들었어요. 그래서 택한 곳이, 바로 네팔 안나푸르나였어요. 무엇보다 어느 지점 이상부터는 100m마다 1도씩 기온이 떨어지는 안나푸르나다 보니 그곳에선 어떤 한복이 필요한지 고민했어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은 예복으로써의 한복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다양한 한복이 존재했기 때문에 분명 안나푸르나의 상황에 맞는 한복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에 따라 한복의 소재와 형태를 고안했죠. 그리고 그 한복을 입고 안나푸르나 등반을 했어요. 핸드폰이 별 필요 없어 전원을 꺼두고 등반을 했더니,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네팔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웃음)

 

무엇보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네팔 안나푸르나의 경우,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에 누빔치마 등을 입고 추위를 견뎠어요. 작년 1월에는 러시아에 갔는데요, 그때 기온이 영하 45도였어요.(웃음) 여행 전, 이화여대 전통복식연구실 교수님과 현대의 옷감으로 한복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생활한복에 관해 함께 고민하고 합작해 한복을 제작했어요.

 

와, 대단하네요. 가끔 미루 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그런 부담은 함께하는 동료를 찾으면서 극복했어요. 한복은 아무래도 좀 용기가 필요한 옷이긴 해요. 그래서 혼자 입기보다는 같이 입는 게 훨씬 낫고, 한복을 통해 공감대가 생기니까 굉장히 즐겁게 한복을 입을 수 있었어요. 혹 한복을 입고 싶은데 주저하는 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함께 한복을 입을 사람들을 찾거나 모임에 가입해서 공통 관심사를 지닌 사람을 찾아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우리 단체에도 ‘혼자 입을 때는 주변에 관종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여기 와보니까 나보다 더한 사람들이 많다’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요.(웃음)

 

한복 여행을 위한 경제적인 수입은 어떻게 얻고 있나요?

제 본업이 진로 컨설턴트라 수입은 그 일을 통해 얻어요. 사실 여행 관련 협찬도 많이 있었는데 그걸 받기 시작하면 제 컨텐츠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고, 자유로운 구상도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거절해요. 지금은 한복을 입는 일 자체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지만, 초반에는 제가 떠나는 여행이 우선이었어요. ‘여행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자’는 생각에 한복을 입게 된 거죠.

 

한복, 전통문화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

비영리단체 ‘한복여행가’의 단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어떻게 단체를 만들게 됐나요?

한복을 좋아하게 된 후, 참여한 한 행사에서 다양한 한복을 보게 되었고, 한복 관련 커뮤니티나 비영리단체 등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한복을 입고 단체로 춤을 추는 플래시몹 활동에 참여하게 됐어요. 당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K-Pop 음악에 맞춰 단체로 춤을 췄는데, ‘북한단체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낯설게 보이던 시절이었죠. 제게도 한복 입는 일은, 단아하게 입고 얌전하게만 다녀야 한다는 상식을 깨는 일이었구요. 그 후, ‘한복놀이단’이란 비영리단체에서 캠페인 문화 활동을 해왔는데요, 특별한 문화 기획을 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전통문화프로젝트 그룹’이라는 형태로 운영기획을 세우게 됐어요. 그렇게 만든 단체가 지금의 ‘한복여행가’예요. 기쁜 소식 하나, 우리 단체가 올해 문체부 산하 비영리단체가 됐어요.

 

비영리단체인 ‘한복여행가’의 운영금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일반적으로는 회원의 회비로 마련해요. ‘한복여행가’의 경우 한 달마다 한 번 정도 모임이 있는데, 그때마다 1~3만 원 내외의 회비가 있고, 그 회비를 충실히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한복’이나 ‘전통’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런 부분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나요?

한복의 형태가 굉장히 다양했던 것처럼, 우리의 전통 역시 제가 알고 있던 정보가 바르지 않던 게 많았어요. 특히 제가 한복을 입고 난 후, 관심을 가진 분야가 한국의 귀신, 그중에도 도깨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보통 우리가 도깨비를 떠올리면 일본의 ‘오니’의 모습을 많이 떠올리는데요, 그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오니의 이미지를 한국에 덮어씌우면서 왜곡된 이미지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거예요.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없으며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고, 사람에게 재물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존재거나 장난을 좋아하는 친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어요. 귀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악마나, 사탄이 아니에요. 귀신(鬼神)은 음(귀, 鬼)과 양(신, 神)을 함께 포함한 단어예요. 이처럼 한국 귀신도 굉장히 재밌는 컨텐츠고, 한국 귀신 관련 설화를 재밌게 풀어낸 논문이나 책이 많아요. 이를 보며 ‘외국은 좀비를 통해 많은 컨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우리는 왜 재밌게 풀어내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승사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흑의 민족’이란 이름으로 ‘한국 귀신 보기 좋은 밤’ 같은 행사를 만들어 ‘이 시대를 사는 귀신의 모습은 어떨까’를 상상해 컨셉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한복을 통해서 거꾸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배워나가고 있죠.

 

‘한복여행가’에서 진행한 다른 프로젝트들도 궁금해요.

24절기 중, 처서 때 한복 입고 민화 그리기도 했고, 손편지를 써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기획도 했어요. 올해가 3.1절 100주년이라서 최근 ‘애국지사를 닮다’라는 플래시몹을 서대문형무소에서 진행했어요. 50여 명의 참가자가 ‘내가 항일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주제로 재현해봤죠. 전통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재밌게 툭툭 튀어나오는 소재들이 있어요. 그 소재를 한복과 접목해 프로젝트를 기획해요. 이런 기획이 모두 전통적이진 않고, 서양의 EDM이나 와인과도 한복을 접목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최근 종로구청에서 ‘전통한복이 아닌 개량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궁의 무료입장 금지’를 추진하려 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 토론회에 참석도 했고, 제가 속한 ‘한복여행가’에서도 이 문제에 관련해 토론회가 있었어요. 지금 우리가 ‘한복’이라고 부르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모호해요. 옛날에는 한복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근대화 시기에 ‘양복’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그간 우리가 입던 옷을 어떻게 명명할 것인지가 필요했고, 이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용어가 바로 ‘한복’이라는 의견도 있듯이요. 문제는 어디까지가 전통한복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거예요. 예전에도 한복의 형태가 다양했었고, 소위 그 형태가 어느 시기에 유행이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 형태만 입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이렇듯 현재도 생활한복이나 개량한복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한복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한복의 모티브가 반영된 옷이라면 한복의 범주에 넣을 것이냐, 고증대로 만든 한복만 한복이라고 할 것이냐의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에요. 따라서 개량한복 혹은 생활한복의 기준을 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실제 갑론을박이 많았던 이유도 바로 이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복착장자 무료 입장 규정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한복을 입는 사람 중에는 이런 논란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도 입장료를 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길가다 보면 한복을 예법에 맞지 않게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어요.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복에 관한 관심이나 그 깊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는 분들이 어떤 마인드로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혹 외국인들이 저렴한 한복 대여점을 갔다면 그곳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대로 된 한복 착용을 하기 힘들 거예요. 그렇다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무작정 개선하라’고 말하기에는 비용의 문제가 발생해요. 또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개인에 따라 한복을 선택하는 취향과 미감, 안목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전통한복을 제대로 입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 모두를 통일하는 데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결과적으로 한복을 입는 사람과 대여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어느 정도는 한복에 관해 잘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루 씨가 생각하는 한복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복을 입을 때는 일반적인 티셔츠를 입을 때보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 거꾸로 말하면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거죠. 그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져요.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하는 삶을 살다 보면 종종 자신을 잃는 경우가 있잖아요. 한복을 입다 보면 제 관심사에 집중하게 되고 계속 질문하게 돼요. 또 우리가 일상 옷을 사면 보통 무채색의 옷을 많이 사잖아요. 누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이어도 일반 티셔츠를 살 때 노란색 티셔츠를 잘 사진 않잖아요. 그런데 한복은 노란색을 자신 있게 선택해서 입을 수 있어요. 그런 자신감도 생기는 거죠.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제 인터뷰나 관련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공개됐을 때 댓글로 ‘관종이네’, ‘이 사람 이제 곧 한복 브랜드 런칭할 것이다’ 심지어 ‘이렇게 못생긴 사람은 한복을 입으면 안 돼’라고 외모를 비하하는 사람도 있어요. 솔직히 그런 댓글을 보면 슬퍼져요. 한번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촬영팀과 함께 필리핀으로 건너가 필리핀의 젊은 친구들에게 한복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어요. 한류의 영향으로 필리핀의 젊은 친구들이 한복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거든요. 방송 후, ‘평범한 사람이 출연했는데 필리핀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걸 보니 연출한 것 같다’라는 댓글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 관해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대단한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활용 못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이어나가는 데 소홀할까요?

좋게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이 배려나 겸양이 깊은 민족이라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복을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 ‘한복’이라는 고유명사로 소개하면 되는데, 초창기에는 한복을 각인시키기 위해 ‘코리안 기모노/코리안 드레스’라는 식으로 표현했어요. 문화 사대주의적인 면모도 있고, 너무 상대에게 맞춰주는 거죠. 그런 성향이 한국인에게 대부분 있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한복을 포함해 우리 문화 모든 것의 단절을 겪었잖아요. 말살 직전까지 갔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만큼 우리 문화를 지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하루아침에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전부 복원되지는 않겠지만, 한복과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늘어난다면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화를 나눠보니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인 것 같아요. 나름의 고충은 없나요?

왜 없겠어요.(웃음) 제 앞에서는 ‘한복이 너무 예뻐요’, ‘한복을 입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제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특이한 사람이네?’,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걸 저도 잘 알아요. 실제 한복을 입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한복을 입고 가도 돼?’라고 물었더니 엄청 거부감을 보이더라구요. 한복이 긍정적인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에요. 대중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으려는 시기에 정치적으로 한복이 사용됐던 적도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도 분명 있어요. 비단 한복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 전반에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팽배해요. 그래서 한복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어 제가 활동하는 것이구요. 결국,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면, 지금 우리의 관심사와 이슈를 한복이라는 매개체와 연결해 긍정적이고 재밌게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있어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부모님도 한복을 즐겨 입으시나요?

아니요, 오히려 60~70대 어른들은 한복 단절 시대였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어요. 한때 문화적 발전보다 경제성장만을 추구했던 시기에 정부에서는 ‘한복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옷’이라고 주장하며 ‘한복 말고, 원피스를 입자’라고 공익광고를 했을 정도니까요. 다행히 가족들은 제 활동을 많이 응원해줘요.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건, 이 활동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의 가족들 모두가 한복 활동을 반기진 않기 때문이에요. 회원의 가족 중에는 한복 모임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한복을 버리거나 숨기는 가족도 있거든요. 어머니께 전해 들은 말로는 외할머니께서도 언제나 단아하고 곱게 한복을 입고 다니셨다고 해요. 제 한복 태가 외할머니를 닮았다며 늘 반겨주시고, 자랑스러워해주세요. 외할머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복 유전자’가 제게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꼭 한 번 한복을 입고 여행하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남극 세종기지에 꼭 가고 싶어요. 꼭 저를 초청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 그곳에서 고행하고 계신 대원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어요.(좌중 웃음) 러시아의 강추위를 경험했기 때문에 남극 세종기지도 자신 있어요.

 

한복 이외에 좋아하는 것들이 궁금해요.

이전에 펌프와 DDR 게임동호회 운영자로 대회도 나갔고, 수상도 했어요. 유튜브에 한복 입고 펌프하는 영상도 업로드했어요.(웃음) 또 우쿨렐레 연주하는 거 좋아해요. 그리고 이제 곧 사격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예전에 클레이 사격과 권총 사격을 체험한 적이 있는데요, 희열이 있더라구요.(웃음) 아, 학부 때 미술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사람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박사 과정으로 HRD(인적자원개발, Human Resources Development)를 수료했거든요. 이를 살려 현재 취업과 진로 컨설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강점, 자질 등에 관심이 많아요.

 

미루 씨가 생각하는 ‘한복’ 그리고 ‘전통문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한복을 포함한 전통문화를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한복이라는 용어가 한국인이 입는 옷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자님이 입고 있는 옷도 훗날에는 ‘우리 조상들이 입었던 옷이야’라고 소개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복은 우리의 삶과 생각 그리고 가치가 모두 포함돼 있고, 전통과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또한 앞으로 미래세대와 우리를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바른 전통문화의 이해를 돕고 더불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한복문화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또 전통과 문화, 한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통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것들과 변화하는 것들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권미루
한복문화활동가. 우연히 ‘한복을 입고 참여하는 모임’에 참석 후, 한복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직접 디자인에도 참여한 한복을 입고 이탈리아, 스페인,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 약 20여 개국을 다양한 한복을 입고 여행했다. ‘한복놀이단’의 단장을 거쳐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단체 ‘전통문화 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복, 여행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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