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정말 저출산을 걱정하는가?

서민의 세상時 나침반
글 서민

정부는 정말 저출산을 걱정하는가?

지하철에 마련된 노약자석은 원래 나이 든 분들과 임산부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노인들, 특히 할아버지들은 임산부가 앉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임신 초기에는 배가 그리 나오지 않아 임신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때야말로 심신이 피곤해 서 있기가 힘든 시기인데, 임산부들은 노약자석을 이용할 수 없었다. 사회에 불어닥친 여혐 분위기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노약자석에 그려진, 배가 나온 여성을 상징한 아이콘에 X자 표시를 하는 인간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 X자를 보면서 임산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임산부만을 위한 ‘임산부 배려석’이 만들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2013년 처음 도입된 임산부 배려석은 2016년 전 노선으로 확대되면서 좌석 색깔을 분홍색으로 바꿔 자리의 기능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이 자리가 노약자석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일반 좌석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빈자리가 없을 때 에라 모르겠다며 앉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은 하지만, 앉아서 자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경우 임산부가 배지를 흔들어봤자 소용이 없다. 비켜달라고 했다가 봉변을 당한 임산부의 사례도 한 트럭이고, 이와 관련돼 민원이 2018년 한 해에만 2만 7천여 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갖고 싶을까?

 

아이를 낳아도 문제다. 집에 있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오면 사람들은 그녀를 ‘맘충’이라 부른다. 그들은 ‘일부 개념 없는 엄마에 국한된 단어’라고 하지만, 실제 맘충의 적용 범위는 굉장히 넓어서, 유모차를 밀고 커피집에만 가도 맘충이 된다. 좋다. 맘충이란 말 좀 들으면 어떠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육아의 스트레스를 이기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을 가로막는 게 있으니, 이름하여 ‘노키즈존’이다.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천방지축인 아이들 때문에 짜증이 났던 경험이야 다들 한 번씩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이를 안 받겠다는 발상은 나로서는 놀랍다. 원래 인간은 공공장소에서 남들과 부대끼며 사회에 대한 인식을 넓히게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노키즈존에 대한 설문조사는 늘 찬성이 많아서, 2018년 일요시사 TV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선 무려 88%가 찬성했다. 게다가 노키즈존을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게 주인의 마음이라 생각하는지 정부는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임신했을 때 배려받지 못하고, 아이를 낳은 후엔 아이가 클 때까지 집에만 있어야 한다니,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싶을까?

 

정부가 추구하는 저출산 대책이 결혼한 부부와 아이로 이뤄진 소위 정상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3만 명가량의 미혼모, 미혼부가 있다. 이들이 낳은 아이도 엄연히 미래 대한민국을 만들 인재이거늘, 우리 사회는 이들을 무슨 범죄자 보듯 한다. 아이를 낳으러 갈 때부터 시작된 차별은 그 이후에도 쭉 이어지며, 미혼모가 주요 타깃이 된다. “취업 면접을 보러 갔더니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어떻게 혼자 키울 것인지’와 같은,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어요.”, “동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무조건 미혼모시설에 있는 미혼모들이 한 일이라며 민원을 제기했어요.” 미혼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고 그 아이들이 시설로 가거나 해외로 입양되는 건,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비극이다.

 

이 밖에도 아이를 안 낳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아이 키우기도 힘들고, 키워봤자 대학에 보내기도, 취업하기도 힘든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과 아이에게 적대적 사회 분위기다. 사람들은 저출산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쏟아 부은 저출산 관련 예산도 무려 143조란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합계 출산율이 오히려 0.12명 감소한 것은 그 돈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사회가 여성과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정부라도 나서야 한다. 정말 저출산을 걱정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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