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고 마음에 심는 나무

퇴근길에 듣는 음악
글과 사진 한소년

귀로 듣고 마음에 심는 나무

3월의 마지막 주말. 달력을 한 장 넘겨본다. 4월이라니. 깔끔하게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달이라 기분이 잠시 산뜻했지만, 곧 숨이 턱 막힌다. 없어요, 없어. 아무리 봐도 달력에 휴일이 하나도 없다. 새까만 평일 속에서 4월을 살아갈 걱정에 기운이 빠진 아빠의 마음도 모르고 아이들은 신난 표정으로 달려와서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러 가자며 빨간 네임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너희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 지난 2006년부터였던 것 같아. 4월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폐지되고 말았지. 아빠는 무려 13년째 이 땅에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고 나무 부스러기 뭉쳐 만든 합판 책상에서 마른 장작처럼 메마른 얼굴로 일만 하며 살고 있구나. 결론은 엄마도 아빠도 모두 식목일에 회사에 가야 해.”

식목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현실적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나무는 식목일에만 심는 게 아니라고요! 선생님이 식목일 전후로 1개월 동안 ‘국민식수기간’이라고 하셨거든요!” ‘국민식수기간’이라니. 처음 접하는 전문용어에 잠시 당황했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응당 식수에 동참해야 할 상황으로 판단됐다.

“일단 알겠다. 그런데 심을 나무는 가지고 있니?”, “지금은 없지만 사면 되잖아요! 저는 사패산에 왕오디나무를 심고 싶어요!” 첫째가 어려운 나무 이름을 언급하자 둘째도 어린이 식물도감을 꺼내서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이렇게 하자. 지금부터 어떤 나무를 심을지 찾아봐. 아빠는 나무를 어디에 심을지 고민해볼게. 식목일 다음 날 모두 함께 사패산에 나무 심는 것 어때?”, “우아!!!”

각자 100그루는 심을 것처럼 떠들며 나무를 고르고 있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입가를 맴도는 노래가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서 노래를 준비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안방은 예쁜 묘목 하나씩 등에 업은 아이들과 함께 새들의 노랫소리에 휘파람 불며 사패산 숲길을 구석구석 누비는 아름다운 모험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권나무의 <마부의 노래>. 아이들도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까딱까딱 기타 소리에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아빠. 나무? 권? 나무?” 첫째가 물었다. “오! 맞아. 어때? 노래 좋지?”, “사람 이름이 나무야?”, “사실 이름만 나무가 아니고, 권나무는 진짜 나무야”, “사람이 나무라고? 에~ 거짓말”, “아니야, 진짜 나무 맞아. 땅에 심는 나무는 아니고, 귀로 듣고 마음에 심는 특별한 나무!”

아빠의 무리수와 함께 낭만적이었던 상상 속 여행은 끝났다. 아무 산이나 땅에 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는 말이 생각나서 ‘나무 심기 불법 합법’, ‘사패산 관리’ 등 심각한 키워드부터 검색하고 있는 내 소심한 모습이 웃기기도 하지만 ‘국민식수기간’ 내에 반드시 합법적 절차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권나무의 <마부의 노래>를 크게 들으며 나무를 심으러 떠나보겠다고 다짐해본다.

 

* 아래를 클릭하시면 권나무의 <마부의 노래>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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