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째 다이어트 중

최민석의 뭐든지 쓱쓱
글 최민석

십 년째 다이어트 중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처음 실천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다이어트였다. 어쩐지 작가라 함은 말라비틀어져, 영감 때문에 고뇌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김수영 시인 탓이었다. 교과서에 실린 <풀>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를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가 풍겨내는 작가적 이미지에 혹하고 만 것이다. 젊은 시절 시인이 무심한 듯 턱을 괴고 허공을 응시하는 사진이 유명한데, 그 사진 속의 시인은 깡말라 보인다. 그는 목 부분이 늘어난 흰 면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늘어난 셔츠 아래로 쇄골과 목이 앙상해 보인다. 나는 막연하게 ‘아,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수척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두어 번 성공을 하긴 했지만,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모든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을.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기통제의 시기를 거쳐야 하는 데다, 그보다 더 혹독한 것이 ‘다이어트 유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하던 체중을 두어 번 얻기는 했지만, 2010년에 시작한 다이어트를 아직도 하고 있다. 햇수로 10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그간 시도했다가 포기한 운동을 논하자면, 그것만으로 칼럼이 끝날 정도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하프코스는 10번 넘게, 10km 코스는 나중에 참가비가 아까워서 뛰지 않았다(10km야 어차피 거의 매일 뛰는 것이니까). 자전거를 탔고, 수영을 했고, 등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눈 내린 관악산을 하산하다, 그만 무릎에 무리가 와서 이 모든 운동을 한동안 접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달리기를 포함해 하루에 2만 보를 걷는 것으로 몸을 유지한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리 몸은 언제나 본능적으로 인생 최대치의 몸무게로 회귀하려 한다는 것을. 식사조절과 운동을 멈추면, 하루 이틀 정도 눈치를 보다가 사흘째가 되면 몇 달간 감량했던 체중이 단번에 돌아온다. 그날 저울 위에 올라서 갑자기 늘어난 숫자를 보면, 저 먼 곳에서 생의 회의가 버팔로 떼처럼 밀려온다. 인생은 이토록 허무하다. 살을 빼는 건 어렵지만, 찌는 건 쉽다. 사실 나는 이걸 내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 다이어트로 얻은 교훈을 작가의 기본자세로도 삼고 있다. ‘필력을 얻는 건 어렵지만, 잃는 건 쉽다.’ 원하는 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영양소 높고 칼로리 낮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듯, 영감을 주고 클리셰를 유발하지 않는 것들을 경험해야 한다. 끊임없이 운동하고 몸에 자극을 주듯, 끊임없이 글을 쓰며 뇌에 자극을 줘야 한다.

 

이 모토를 삶으로도 확장하고 있는데, ‘살’에 ‘ㅁ’자만 붙여 조금 바꾸면 된다. ‘삶은 깨지긴 쉽지만, 붙이긴 어렵다.’ 삶을 깨뜨리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경계하고 각성해야 한다. 피곤하다면 피곤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때껏 경험한 삶은 이렇게 아슬아슬한 것이다. 질병과 사고에는 보험이 있지만, 삶의 실수에는 보험이 없다. 작가의 삶은 유리 작품 같다. 뜨거운 온도를 감내하고, 갖은 세공을 거쳐 마침내 세상에 내놓더라도, 한순간의 실수로 삶은 와장창 깨져버린다. 말 한마디가 삶에 금을 가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이 쓴 문장 하나로 삶을 깨뜨릴 수도 있다. 그러니, 작가 생활을 결심한 후로, 십 년째 다이어트 중일 수밖에.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는 자세로 글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 매일 이런 자세로 사느냐고요? 그럴 리가. 오늘 아침엔 제게 주는 포상으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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