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메모리얼 뮤지엄과 정원

현경의 뉴욕 스토리
글과 사진 현경

911 메모리얼 뮤지엄과 정원

2001년 9월 11일은 하늘이 유난히 맑고 파란 날이었다. 수업이 없는 날이라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는 내게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저 쪽에서 불안한 목소리로 총알처럼 빠르게 말했다. “빨리 TV 틀어 봐. 뉴욕이 테러를 당한 것 같아. 세계 무역센터에 비행기가 부딪혔고 그 큰 빌딩이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처럼 무너졌어!” 친구의 다급한 말에 놀라 TV를 트니 정말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있었다. 뉴요커들이 그 건물을 쌍둥이 건물이라 불렀는데 두 건물 속으로 비행기가 들어갔고 얼마 후 두 건물 모두 무너져버렸다. 꿈을 꾸고 있거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날 거의 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젊고 교육 받은 무슬림 청년들이 자기 생명을 불사르며 세계 무역센터를 공격했을까? 우리는 제2차 대전 때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며 비행기와 함께 미국 군함으로 떨어져 죽은 일본 제국의 젊은이들, ‘가미가제 특공대’를 기억한다. 일본의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천황 숭배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일본 제국의 영광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순교자로 만들었다. 911 사태를 일으킨 무슬림 젊은이들도 자신들을 서구의 제국주의와 싸우는 신의 전사들로 여겼고 그들이 이 성전, ‘지하드’를 위해 순교하면 그 대가로 천국에서 50명의 처녀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고 한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때부터 ‘무슬림 죽이기’를 시작했다. 이슬람 종교는 한손에 코란, 다른 손에 칼을 들고 싸우는 폭력적 종교라고 선전했고, 여성에게 온몸을 가리는 차도르를 입히고 간음했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을 돌로 쳐 죽이는 잔인하고 미개한 종교라고 여러 예를 들어가며 매일 떠들었다.

그들은 또한 사무엘 헌팅톤 교수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이론을 인용하며 21세기는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충돌하는 폭력적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너무나 빨리 전쟁 준비가 시작됐고 이 테러의 배후라 여겨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했다. 알 카에다(Al-Qaeda)를 지도하는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의 배후 인물이라고 대서특필했으며 그와 알 카에다의 주둔지인 아프카니스탄이 ‘테러와의 전쟁’의 첫 번째 타깃이 됐다. 그후 얼마 안 돼 미국 국방을 맡고 있던 콜린 파월은 UN에서 ‘이라크에는 대량 학살 무기가 숨겨져 있고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생화학 무기를 가지고 자신의 독재정권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발표했다. 이라크 남부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다는 젊은 여성은 ‘사담 후세인의 생화학 무기가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병원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미국 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증언했다(몇 년 후 그녀는 쿠웨이트 외교관의 딸이고 이 모든 증언은 액팅 연습까지 해서 만들어낸 위증임이 밝혀졌다). 미국의 여론은 이런 악마 같은 이슬람 정권은 없애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여기에 힘을 받은 미국 정부는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바그다드 폭격을 전 미국에 생중계했다. 바그다드의 폭격과 함께 세계는 달라졌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이런 악들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정당한 전쟁(Just War)’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당한 전쟁은 십자군 전쟁을 합리화시켰던 기독교 신학에서 나온 말이다. 십자군 전쟁 때도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기독교인들에게 준 성지인 예루살렘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면서 이슬람 나라들을 공격했고 수많은 악탈을 감행했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911 사태로 시작된 이슬람 나라에 대한 공격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 예멘으로 계속됐고 이제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다. 세계는 더욱 공포와 침묵에 떨게 됐고 난민 위기, 네오 나치즘, 네오 파시즘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911 사태 후 우리는 일상의 테러에 더욱 떨게 된 것이다. 폭력은 항상 더 큰 폭력을 불러온다. 이 세상에 ‘정당한 전쟁’이란 없다. 모든 전쟁은 다음 전쟁의 씨앗이 된다.

911 사태가 일어난 후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시민들 사이에 조용하지만 과학적 리서치에 근거한 강력한 911 사태 진실 규명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화학자, 건축가, 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 시민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진실 규명 위원회에 의하면 ‘911 사태에서 세계 무역센터가 비행기 공격에 의해 무너져 내린 것은 과학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두 쌍둥이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 건물 재건축을 위해 헌 빌딩을 부술 때 의도적으로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내려앉게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 가담한 과학자들이 911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이너마이트 화학 성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 있는 건축가들도 세계 무역센터 빌딩은 화재가 나도 한층만 타고 꺼지도록 건축학적으로 특별 설계돼서 헌 건물 폭파 형식으로 그렇게 쓰러질 수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 연구팀의 결론은 누군가가 110층 되는 그 건물에 층층마다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을 미국 정부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숨어서 했다는 가설은 더욱 믿기 어렵다고 했다. 지금 이들은 미국 정부에게 911과 관계된 모든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나는 2006~2007년 13개월 동안 이슬람 17개국을 순례하면서 200여 명의 무슬림 여성 평화 운동가들을 인터뷰해 <신의 정원에 핀 꽃들같이>라는 이슬람 순례기를 썼다. 그때 만난 모든 사람들은 ‘911 사태는 정당성을 가지고 이슬람 나라들에 침략해 석유를 뺏으려한 미국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음모론은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을 죽인 사람의 배후에 누가 있을까와 같은, 이 세대에서는 진실을 알아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해 그날 3,0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본토에서 전쟁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국인들 마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들의 억울한 죽음과 그들의 뼈와 살이 탄 잿더미 위에 세워진 911 메모리얼 뮤지엄은 이제 영원히 젊은 청년처럼 살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 특히 뉴욕커들에게 삶의 그림자, 고통,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도둑처럼 찾아온다는 ‘성년의 진실’을 기억시켜주는 명소가 됐다. 뮤지엄의 컨셉도 일본의 히로시마에 있는 원폭 뮤지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히로시마 뮤지엄은 ‘어떤 역사적 발전 단계와 이유들로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는가’ 하는 역사 정치적 상황이 제일 먼저 제시되는데, 911 뮤지엄에는 희생당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정치 역사적 분석은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 나는 뮤지엄 벽에 전시돼 있는 3,000명의 얼굴을 소중하게 바라봤고 거기에 있는 몇몇 한국인에 대해서는 컴퓨터 인터 액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성의 결혼식 사진, 아이들과 여행 가서 사진 찍은 자랑스러운 아빠의 사진, 좋은 직장에 취직해 부모님과 함께 기뻐하는 젊은 청년의 사진 등 하루아침에 저 세상으로 간 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었다. 참고 있던 내 눈물을 터트리게 한 것은 비행기 폭파 전에 부인에게 전화해 남긴 남편의 음성 메시지였다.

“허니, 아무래도 테러범들에게 비행기가 하이재킹(hijacking, 공중납치)당한 것 같소. 혹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가 당신을 절대적으로 사랑한다는 걸 결코 의심하지 말아요. 부디 잘 살고 좋은 일 많이 하길 바라오. 사랑하오.”

비행기가 폭파되기 직전에 할 마지막 말. 그건 누구에게든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이 세상 속 마지막 순간에 남길 단 하나의 말. “사랑해. I Love You!” 거기 인간의 모든 문제와 고통의 답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누가 더 강한지 기 싸움하다가 억울함에 폭력으로 복수하고 그걸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이 모든 비극을 만들어내는 씨앗이다. 욕심과 미워함과 어리석음이 모든 인간 고통의 뿌리라는 부처님 말씀이 911 기억의 공간에서는 더욱 분명하게 마음을 파고들었다.

뮤지엄을 나오니 911 기억의 정원이 나타났다. 커다란 네모 분수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렸고 그 물들은 정중앙에 있는 까만 블랙홀로 흘러들어갔다. 911 뮤지엄은 억울하게 죽은 무고한 사람들을 절대 잊지 말고 영원히 기억하라 하고, 911 정원의 분수는 물처럼 모든 기억을 씻어 흘려보내고 잡지 말라고 한다. 기억을 소중히 가슴 속 깊은 곳에 품고, 또 그 기억들을 끊임없이 흘려보내면서 우리는 삶이라는 닫고 여는 인생의 춤을 매일 추고 있다. 그래야 삶을 견딜 수 있고, 그래야 삶은 고통 속에서도 아름답고 빛나게 되니까.

60년대 나온 반전 가요 중 이런 노래가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소년들은 어른이 될까?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지나야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오, 내 친구여. 그런 질문을 하지 마라.

그건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니.”

뉴욕의 바람이 분수의 물을 내 얼굴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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