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태남매와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그날을 꿈꾸며

그녀의 행복한 도전
글 장보영
사진 신경원 제공

태태남매와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그날을 꿈꾸며
<엄마랑 아이랑 퐁당퐁당 여행육아> 저자 신경원

2월 20일 출간하는 <엄마랑 아이랑 퐁당퐁당 여행육아>는 5세 태린이와 3세 태윤이(태태남매)의 엄마 신경원 씨가 여행이 너무 간절해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떠난 경험담을 담은 이색 여행육아 에세이다. 금융 전문매체에서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떠난 스페인 순례길에서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재발견했고, 그 일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겼다. 결혼 후 블로그를 열어 마음의 이야기를 썼고, 틈나는 대로 아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곳곳을 여행하고 있는 그녀. 글과 사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경원 씨의 삶을 다섯 개의 맥락으로 정리해봤다.

# 금융 전문기자로 불태웠던 6년의 시간

신경원 씨는 금융 전문매체에서 2012년까지 6년간 기자로 일했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한 뒤 신문사 시험을 준비하며 경제지 전문기자로 살아갈 것을 꿈꿨고 한국의 로이터로 통하는 <연합인포맥스>에 입사하며 말 그대로 밤낮을 불태웠다.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전공이 아니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상위 1%를 차지하는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다른 나라 말처럼 들리는 그들만의 언어와 숫자를 해석하기 위해, 그녀는 모르는 것이 생기면 체면 차리지 않고 선후배든 동료든 취재원이든 누구에게나 물어봤고, 출퇴근 가방에 노트북과 책을 네다섯 권씩 들고 다니며 끊임없이 독학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해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어느새 사방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불을 끄고 제대로 잔 적이 일주일에 두 번도 안 된 것 같다. 씻지도 않고 옷도 못 갈아입은 채 침대에 가로로 누워 잠들다 깨어 보면 어김없이 새벽 4시. 어제 같은 오늘이 시작됐다. 고되고 힘들고 온몸이 아팠지만 악착같이 버텼다. 이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고 싶었으니까.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이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6년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퇴사를 결정했을 때는 조금의 미련도 없었다.

# 카미노데 산티아고를 걸으며 다시 찾은 꿈

2012년 여름, 퇴사 후 두 달 일정으로 스페인행 비행기를 끊었다. 2년 전 휴가를 내어 열흘 동안 다녀왔던 스페인을 그녀의 영혼이 다시 부르고 있었다. 스페인은 여전히 뜨거웠고 아름다웠다. 홀로 카미노데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었다. 걷고 걸어 이윽고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서면 지금보다 더 나은 기분이 될 것 같았고, 뭐든 정리가 돼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주어진 길의 끝에 이르렀어도 아무 생각도, 의욕도 나지 않았다. 허무했고, 조급했다. 그래서 다시 길 위에 섰다. 대서양을 굽어보며 100km를 더 걸었다. 걸으면서, 그녀는 자신 안에 가라앉아 있던 어떤 자아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참고 버티고 억눌려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나라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누군가가 없으면 못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마냥 탈출하고 싶었던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나니 그제야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발견한 것이 ‘사진’이었다. 생각해 보니 900km를 걷는 동안 배낭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화장품도 버렸지만 목에 건 DSLR 카메라는 무겁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문득 기자 시절 내내 가슴 안에 품고 있었던 ‘플랜 B’가 떠올랐다.

# 플랜 B는 여행 작가

기자 시절에도 지겹게 써왔던 것이 글이었다. 하지만 금리가 왜 0.03% 포인트가 올랐는지, 하루아침에 환율이 왜 갑자기 내려갔는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쓰면서 가슴이 점점 딱딱해지고 메말라갔다.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 갈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틈틈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왔던 곳이 바로 블로그였다. 짧든 길든, 돌아서면 잊히는 이야기들을 기록해두면서 그녀는 본래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닥치는 대로 바쁘게만 살아온 줄 알았는데 한 번도 꿈을 놓은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어요.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견디기 힘든 사람들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웃을 수 있었던 것도, 돌이켜 보면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여행 작가’는 그녀의 오랜 소망이었다. 스페인의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곳에서 틈틈이 사진을 찍으면서, 그날의 일과와 단상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 위에서 사랑도 만났다. 사진 강의를 하는 남편에게 사진을 배우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2014년,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가졌다. 불안했던 날들에 서서히 안정이 찾아들고 있었지만 왠지 실컷 달리다가 우뚝 멈춘 기분이 들었다.

#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어

임산부 요가, 아쿠아로빅 등으로 실컷 땀을 흘리고 나면 축 쳐져 있던 기분이 환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만족감을 주지는 않았다. 아픈 사람처럼 골골댔고 야위어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가 다시 살아나는지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묻어둬야만 했던 플랜 B가 자꾸 떠올라 속상하지 않았는지, 결혼과 임신이 발목을 잡고 있어 원망스럽지 않았는지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예상 밖의 대답을 들려줬다. “오히려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던 걸요.” 만삭의 몸이었지만 남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생활의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강의를 찾아가 듣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행복한 생각으로 일상을 채웠다. 스스로의 내면이 차오른다는 충만함은 뱃속의 아이에게 드는 미안함과 비례했다. 그럴수록 이것이 내 욕심은 아닌지 돌아봤고, 결국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어쩌면 그때부터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육아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나 그녀는 준비해온 드림 리스트들을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 너무 많았고, 함께 가고 싶은 곳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집이 아닌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 싶었다.

#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육아

“잔디야, 안녕? 고양이야, 안녕? 나는 태린이야.” 딸아이는 동물들과 식물들을 보면 항상 달려가 인사를 했다. 시골의 허름한 민박집에서도 잘 잤고, 할머니든 아저씨든 그 동네의 누구와도 서슴없이 친구가 됐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딸아이와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였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집과 도시에서와 달리 자연에서는 태린이에게 ‘하지 말라’는 말보다 ‘하자’는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집에 있으면 위험한 요소가 무척 많은데 밖에서는 오히려 태린이가 ‘모래 놀이하고 싶다’, ‘동물 구경하고 싶다’, ‘바닷가 걷고 싶다’ 등 뭘 같이 하자는 말을 많이 하니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 뿌듯할 수밖에요.” 자연에서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며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그녀는 딸아이가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섬세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도 이렇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아이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바라봐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가 더 자랐을 때 각자의 배낭을 메고 세계로 나가 뚜벅뚜벅 같은 길을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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