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200그루가 선물한 맑고 깨끗한 공기

마이 홀릭 라이프
인터뷰 신영배
사진 김영민

식물 200그루가 선물한 맑고 깨끗한 공기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저자 정재경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 못했던 나란 사람도 서울 남산타워의 조명 색을 통해(미세먼지 수치가 낮은 날은 푸른색, 높은 날은 붉은색 조명) 매일 저녁 대기 오염도를 확인할 정도니, 미세먼지 문제는 오늘의 우리 삶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내가 미세먼지 문제에 크게 경각심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딱 하나 ‘막막함’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흘러들어오는 미세먼지를 내가 막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동되는 많은 화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게다가 연일 티브이와 SNS, 재난문자 등을 통해 전달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 외출을 삼가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뻔한 메시지들이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렇다고 숨을 쉬지 않고서는 단 1분도 살 수 없으니 차라리 미세먼지 문제를 체념하는 게 속이 편했다. 적어도 정재경의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는 미세먼지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실내에 공기정화 식물을 하나씩 들이고 돌보기 시작했고, 그 수가 현재는 200그루에 다다랐다. 그러자 그녀의 주거 공간이자 사무실이기도 한 공간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식물들로 인해 공간은 실외 미세먼지 수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떨어졌고, 특별한 전기 사용 없이 늘 일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식물이 실내 미세먼지 수치를 낮추는 데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 방법이 미세먼지 해소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방법이 아닌,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무엇보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맞게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최적의 지점을 찾아 행동하는 게 좀 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용기를 좀 얻었는데, 소위 ‘연쇄살초(草)마’라 불리던 사람으로서 다시 식물을 돌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맑은 하늘 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일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제시한 대안이 공기가 순환하듯 돌고 돌아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면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일이 좀 더 쉬워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공간이 참 예뻐요. 단순히 식물이 많다고 해서 이런 모습일 순 없을 것 같고, 공간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것 같아요.

결혼하고 이사를 열일곱 번 다녔어요.(웃음) 그러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레 깨우치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공간 이미지도 많이 찾아보고, 현재는 직접 식물도 키우다 보니까 점점 더 알아가고 배우는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 지수를 체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만큼 미세먼지가 큰 사회적 문제인데요, 이로 인해 요새 많이 바쁠 것 같아요.

제가 잡지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아시겠지만 인터뷰 섭외가 굉장히 힘들잖아요. 기자 생활 당시 ‘혹시 나중에 내게 인터뷰 요청이 오면 웬만하면 다 응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웃음)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출간 후, 감사하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있고, 얼마 후엔 미세먼지 관련해 강연이 있어요. 이 밖에도 제 본업이 있으니 점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지고, 업무 밀도가 너무 촘촘해져 현재 시간을 비워서 되는 수준이 아니라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에요.(웃음)

 

강연에선 어떤 이야기를 할 예정인가요?

EBS <생각하는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인데요, 환경공학과 교수와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미세먼지 왜 위험할까?’란 주제로 강연을 해요. 다른 두 분은 미세먼지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할 예정이고, 저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에요. 미세먼지가 위험하죠. 그리고 미세먼지에 관해 알면 알수록 걱정이 앞서고 두려운 건 맞아요. 그런데 미세먼지를 ‘불확실한 악마’처럼 여기면 너무 우울해지는 거 같아요. 저의 경우 미세먼지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 일단 식물을 많이 키워보자고 생각했고, 하나의 작은 결과물을 얻은 거잖아요. 이렇듯 ‘각자의 위치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결국 이 미세먼지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생길 테니 너무 불안해하고 우울해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또 저는 미세먼지 문제 역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되는 거 같아요. 지역맘 카페에서 ‘공기청정기를 방마다 들여놨더니 미세먼지 수치가 0에 가깝다’라는 글을 본 적 있어요. 공기청정기가 계속 늘어난다는 말은 에너지를 끊임없이 사용한다는 이야기고, 공기청정기의 필터는 또 다른 쓰레기잖아요.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좋은 질의 산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산소발생기를 구입해 가동해요. 이렇게 쉽고 편한 방식, 즉 ‘전기 코드만 꽂으면 미세먼지로부터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은 안전하다’는 사고를 지닌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공포감이 느껴졌어요. 근데 공간 안에 식물이 많아지면 미세먼지 수치는 자연스레 낮아지고, 이를 관리하는 데 전기가 필요하지 않아요. 제 방법이 무조건 옳다라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법이 무엇일까에 관해 함께 생각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재경 님은 미세먼지를 넘어 전반적인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개인적인 가정사이지만, 두 살 터울 동생이 암으로 제가 열두 살 때 세상을 떠났어요. 동생이 2년 반 동안 암 투병을 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그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약 30년 전 일이라 동생이 왜 아픈지 아무도 그 원인을 정확히 몰랐어요. 거기서 오는 어떤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그 후, 사람 사는 환경이나 건강 등에 관해 관심이 생긴 거 같아요.

 

언제 처음 미세먼지 문제에 경각심을 느꼈나요?

제가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잔병치레는 없었어요. 아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가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쓰러지듯이 30분을 자야 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노화에 의한 피로라고 생각했는데,(웃음) 아들도 그때 즈음 밖에서 놀다 오면 새빨간 코피를 흘렸어요.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서 피부에 붙고, 코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서 작은 자극에도 코피가 났던 거죠. 그러다가 2016년 봄, 미세먼지 수치가 보통이란 걸 확인하고 창문을 모두 연 채 잠을 잤는데, 자다가 숨이 막혀서 일어났어요. 큰 숨을 들이마셔도 답답하더라구요. 그때 공포가 엄습했어요. 뭔가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공기청정기를 구매했는데, 공기청정기는 우리 몸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춘 건강한 공기를 만들지는 못하잖아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했더니 오후쯤 되니까 세 식구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다 늘어져서 자고 있더라구요.(웃음) 그러다 문득 제가 어릴 적부터 산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산에 가면 저도 모르게 큰 숨이 쉬어졌다는 게 생각나서 ‘집에 식물이 많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이 된 거죠.

 

200그루의 식물이 있는 이 공간의 미세먼지 수치와 외부 미세먼지 수치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외부 미세먼지 수치의 10분 1 정도인 거 같아요. 외부의 미세먼지가 100㎍/m³이면 실내는 10㎍/m³ 정도예요. 평균적으로 이 정도의 수치를 유지해요. 식물들이 항상성을 유지하는 거 같아요. 지난 1월, 미세먼지가 정말 높았던 날이 있었잖아요. 평소 잘 가동되지 않는 현관 앞 공기청정기가 그날은 계속 돌아가더라구요. 그때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30㎍/m³ 정도였어요. 그렇다면 실외는 미세먼지 수치가 300㎍/m³이란 생각에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정말 그 정도 되더라구요.

 

그럼 식물을 키우지 않는 일반 공간의 미세먼지 수치는 실외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요?

공기청정기가 없다면 거의 비슷해요. 창문의 밀폐도와 현관문을 얼마나 자주 열고 닫느냐에 따라서 상관이 있는데요, 보통 새로 지은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의 실내 미세먼지 수치는 실외와 크게 차이가 없어요. 창문을 꼭 닫고 있다고 해도 어느 부분에 틈새가 있고 그 틈새로 공기는 순환하거든요.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외부활동을 다르게 하나요?

저의 경우 웬만해선 이 공간 안에서 일도 하고, 생활해요. 미세먼지 수치가 아주 높은 경우에는 아예 외출을 잘 안 해요. 초미세먼지 수치 100㎍/m³ 정도가 분기점이 되는 거 같아요. 저의 경우 그 수치가 넘어갔을 때 야외 활동을 많이 하면 앓는 편이에요. 그래서 조심하는 편이에요. 보통 초미세먼지 수치가 30㎍/m³ 이상 되면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외부활동을 삼가면 면역력이나 근육량 등 인체의 다른 기능이 퇴화해요. 저 같은 경우, 집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하곤 하는데,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에는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량이 현저히 떨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최선이냐는 문제는 정말 정답이 없는 거 같아요. 자신과 가족의 상황에 맞게 최적의 지점을 계속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인 거 같아요. 저는 식물을 많이 키우게 된 이후, 예전보다는 미세먼지 수치에 조금 덜 민감해졌어요. 식물 스스로 공기를 정화하고 또 식물이 많은 공간은 항상성을 유지해요. 습도도 항상 비슷하고, 실내온도 역시 급격한 변화가 없어요.

 

재경 님의 경우, 이 공간이 일하는 공간이면서 주거 공간이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은 경우, 외출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죠. 특히, 아이들의 경우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구요.

저희 가정의 경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인스턴트 음식 등 몸에 나쁜 음식은 전혀 먹지 않아요. 미세먼지에 시달리다 들어온 아이 아빠와 아이 인체의 스트레스 지수를 좀 낮추도록 노력하는 거죠. 예를 들어 현미밥이나 채소를 베이스로 하는 국과 반찬 구성으로 디톡스 되는 음식을 먹어요. 특히,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는 튀기는 음식이나 볶는 음식은 조리를 잘 안 해요. 튀기거나 볶는 요리를 할 때는 초미세먼지 수치가 금세 올라가거든요. 그래도 가끔은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은 날도 있으니 이럴 경우는 공기가 좋은 날 먹는 편이에요.(웃음)

 

‘먼지를 많이 먹은 날에는 삼겹살이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잖아요.(웃음)

안 돼요, 안 돼.(웃음) 우리 아이의 경우 미세먼지가 좀 많은 날에는 외부활동 시 필히 마스크를 착용하게 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될 수 있으면 외부활동을 안 하도록 권유하지만, 미세먼지 수치 50㎍/m³를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아이에게 무조건 나가서 뛰어놀라고 해요. 사실 학교가 미세먼지로부터 너무나도 무방비인 게, 공기청정기가 없는 학교도 많아요. 아이들은 어른보다 키가 작아서 대기 중에 낮은 공기를 마시잖아요. 중금속이 있는 공기는 가라앉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이에요. 이전까지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완성된 폐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성인이 될 때까지 폐도 함께 성장하는데, 미성숙한 단계에 미세먼지가 유입되면 아무래도 안 좋죠. 그래서 이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책을 쓰게 됐고, 이를 넘어 제가 꿈꾸는 건 학교가 숲이 되는 거예요. 아이들이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곧 출간 예정인 두 번째 책은 아이들이 직접 식물을 가꾸는 법, 식물이 있는 교실 공간의 제안에 관한 책이에요.

 

200그루의 식물이 공간에 있다고 하면 식물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따로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업무와 집안일 사이 틈틈이 식물들을 돌봐요. 대부분의 공기정화 식물은 크고 아름다운 잎사귀 모양 때문에 관상의 대상으로 하는 관엽식물이에요. 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생육 조건에서 살고, 손이 많이 가거나 예민한 아이는 별로 없어요. 오히려 작은 화분 한두 개 있을 때가 손이 더 많이 가요. 작은 화분의 식물일 경우, 흙이 적기 때문에 건조하거나 젖어 있으면 바로 식물에게 영향을 주거든요. 상대적으로 큰 식물은 무탈해요. 큰 식물이라도 처음부터 컸던 게 아니라 씨앗처럼 작을 때부터 적응해서 살아남은 아이잖아요. 새로운 식물을 들이면 조금 힘들긴 한데 최근에 들어온 애들도 너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얘네들이 여럿이 모여 정말로 생태계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식물들이 어떻게 미세먼지 수치를 낮춰주는 건가요?

식물의 잎이나 겉껍질에 있는 기공(氣孔)을 통해 미세먼지를 흡수해서 뿌리로 보내고, 뿌리에 있는 미생물이 미세먼지를 분해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식물들이 음이온을 뿜어내는데 미세먼지는 양이온이에요. 그래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음이온이 잡아서 떨어트리는 거예요. 식물과 공기청정기 모두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주는 건 맞는데요,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잖아요. 그때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지닌 산소를 배출해요. 식물마다 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피톤치드’ 같은 것이죠.

 

식물이 좋은 산소를 배출한다고 하지만 미세먼지 수치를 줄이기 위해 200그루의 식물을 실내 공간에 들이는 건 무리가 있을 거 같아요.

보통의 아파트 방 하나라고 하면, 30cm 크기의 식물 열 개 정도만 있어도 미세먼지 수치가 확 줄어요.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구요. 미세먼지 문제는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그리고 조금의 수고로움을 감내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말 너무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수경재배 식물을 들여도 돼요. 지금 이 인터뷰하는 테이블 옆에 있는 수경재배 식물들도 이 공간에서만 2년 넘게 살고 있거든요.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식물을 돌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분갈이할 때 한낮의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혼자 하기 힘든데 가족들이 잘 도와줘요. 가족들도 식물들로 인해 긍정적 변화를 느끼니까 저절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걸 ‘식물의 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한 번 경험하면 강력한 변화가 촉발되는 것 같아요. 식물을 한 개도 안 키우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키우는 사람은 드무니까요.(웃음)

 

식물의 힘

개인적으로 미세먼지의 경각심을 느끼고 식물을 돌보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식물이 미세먼지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아이들이 많은 시간 생활하는 학교가 걱정됐어요. ‘우리 아이만 미세먼지 문제로부터 안전해지는 게 과연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교육기관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에 식물과 미세먼지 관련해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그중, ‘식물 킬러, 어둠의 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단일 글로는 조회수가 50만 뷰 이상 기록했어요. 제 모든 글의 총 조회수가 한 300만 뷰 정도 되는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거죠. 그만큼 그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던 거예요. 우리 아들도 학생이고, 아이들은 정말 ‘미래’잖아요. 학교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내적 동기가 컸던 거 같아요.

 

미세먼지 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외부활동을 소극적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수 있죠. 사회적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구요. 이 지점 또한 ‘어떻게 살 것이냐’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요. ‘나는 미세먼지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먼지가 많은 날에는 절대 외부활동을 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이고, 반면 ‘나는 도저히 답답해서 못 살겠으니 나가겠다’라고 선택한 사람은 그런 삶을 사는 거죠.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최적의 지점과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한 예로 제 친구의 아이가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저는 그간의 제 경험과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식물이 공기정화와 미세먼지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니 키워보라’고 권했는데, 그 친구가 ‘미안하지만, 백혈병 항암치료 중에는 모든 반려식물과 반려동물은 금지다’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너무 미안했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수를 둔 셈이니까요. 그 일을 계기로 정말 많은 걸 깨달았어요. 미세먼지 문제에 관해서 누구에게나 맞는 보편적 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 정도인 거 같아요. 이와 함께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내가 가장 행복한 몸과 마음과 건강의 지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식물을 돌보는 일을 시작한 이후 본인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식물을 키우고 난 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빠르게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서너 번의 연재는 굉장히 쉬웠어요. 그런데 점점 글감이 떨어지고 그 상태에서 글을 쓰려니 제 안의 무언가가 저를 막는 느낌이 들면서 글이 잘 안 써지더라구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도 잡지사 기자 출신이라 어느 정도는 글을 기계적으로 뽑아낼 수 있어요. 근데 이건 제 삶이고, 이야기잖아요. 결국, 제 마음에 있는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재를 멈추고 한참 동안 제 내면을 탐색하는 과정을 가졌는데요, 그때 만난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이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그 책의 부제가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에요. 책 내용에 ‘일곱 살 때 좋아했던 걸 쓰세요’,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 관해 쓰세요’ 식의 내용이 있는데 처음에는 너무 유치해서 읽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었어요.(웃음) 그런데 결국 제 안의 모든 문제가 그 책 안에 있더라구요. 우리가 아무리 행복한 가정에서 걱정 없이 산다고 해도 누구나 마음에 상처 하나쯤은 있잖아요. 그걸 반추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시작은 미세먼지였고, 식물이었지만, 결국은 어떤 일련의 과정들이 제 마음을 회복시키는 큰 계기가 된 거죠. 그래서 요즘은 자유롭다고 느껴요. 식물로 인해 저의 창조성도 되찾았고, 실제로 식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창의력이 향상된다고 해요. 식물이 우리 몸과 마음과 생각의 건강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저와 우리 가족 모두 느끼고 있어요.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식물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실외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행동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당장 모든 공장의 문을 닫으라고 할 수 없고, 경유차를 금지할 수도 없어요. 이런 것들은 제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요인들이잖아요. 이런 문제들에 사로잡혀 있으면 답이 없어요. 저는 ‘나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저는 빈틈이 있는 공간엔 전부 식물을 심었으면 좋겠어요. 옥상이나 벽 아래나 길가의 틈 등 작은 공간이라도 있는 곳에 식물을 빼곡하게 심으면 조금은 미세먼지 수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결국 큰 해결 방안이 되는 거니까요. 저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최적의 지점을 찾아가면서 ‘부표’처럼 유연하게 살고 싶어요. 미세먼지 문제를 포함해 수많은 문제가 정치 논리와 힘의 논리로 결정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지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알고 있는 걸 바로 실천하기 위한 추진력, 이것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된 거 같아요.

 

‘식물 킬러’ 초보자들을 위한 Tip이 있다면?

일단 처음부터 너무 많은 식물을 들이지 말고 한 개부터 시작하세요. 초보자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식물은 ‘스킨답서스’라는 식물이에요. 이 식물은 어디서든 잘 자라고 새잎을 잘 틔워요. 새잎이 나는 걸 보면 흥미도 생기고 힘이 나잖아요. 그런 방법으로 식물을 점차 늘려가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또 아주 작은 식물보다는 어느 정도 큰 식물들이 조금 더 관리가 쉬워요. 그런 큰 식물도 처음에 씨앗을 뿌리면 그중에 몇 개만 싹을 틔우고, 그중에 몇 개만 성체로 성장하기 때문에 큰 식물일수록 죽지 않을 확률이 높거든요.

 

어릴 적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을 거 같아요.

어릴 적 인상 깊었던 장면을 생각해보면 엄마가 가꾸던 화단, 길가에 무성하던 강아지풀 등이 많이 생각나요. 지금 돌아보면 ‘풀과 나무를 되게 좋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가 산에 가자고 하면 항상 반가워했거든요. 이런 것들을 보면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식물들을 만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16년간 환경친화적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더리빙팩토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잖아요. 식물을 돌보기 시작한 후, 제작하는 생활용품들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컨텐츠냐 커머스냐’의 고민인데요, 식물을 돌본 후, 솔직히 화분이랑 식물을 통해 많은 기회가 보이긴 해요. 미세먼지 문제를 통해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제 개인의 경험이 하나의 컨텐츠가 됐잖아요. 이 컨텐츠가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와 만나면 많은 사람에게 커머스로 전해져 제 컨텐츠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 고민 이 많아요.

 

인터뷰 시작 전,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겼어요. 좋은 작가는 재밌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말한 저를 반추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 동생의 투병과정과 죽음의 상처가 전혀 손을 쓰지 않은 상태로 있더라구요. 지나고 보니까 그 상처를 잘 해결했으면 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상처에 저를 너무 가두고 우울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집마다 누구나 투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람은 태어나면 다 죽으니까 슬픈 이별은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잘 넘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보다 더 글을 잘 쓰게 된다면 ‘이별은 슬픈 거지만, 그게 인생이고, 슬픔도 때론 필요해’라는 메시지를 주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식물에 관한 컨텐츠가 아니어서 좀 놀랐어요.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걸 그냥 하기로 했어요. 인생은 짧으니까요.(웃음)

 

정재경
미세먼지로 뒤덮인 일상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고자 실내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기 시작해, 현재 반려식물 200그루와 함께 살며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을 출간했다. 본업으로는 2004년부터 감각적이고 건강한 생활용품 브랜드 <더리빙팩토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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