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문화 채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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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듣고 싶은 여자들 이야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시스터후드>

집에서는 고요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팟캐스트를 재생해둔다.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보고 있겠지만 특히 집안일을 하며 듣기 좋다. 아이폰의 기본 팟캐스트 앱만 이용하는 정통파 청취자였던 나는, 얼마 전 네이버 오디오클립 앱을 내려받았다. <시스터후드>를 듣기 위해서다. 윤이나, 황효진 작가의 프로젝트팀 ‘헤이메이트’와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를 진행하는 ‘셀럽 맷’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바로 그 ‘자매애 고취 방송’ 말이다. 제목과 어울리게 여성들이, 여성 중심 콘텐츠를 주제로, 여성의 성취를 이야기한다. 이성애 커플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두고 주인공 여성의 서사와 여성들 사이의 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걸 듣고 깨달았다. 이건 진짜다. 이렇게까지 여자 이야기만 하는 방송은 없었다(만일 알고 있다면 알려주길). 여전히 더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이 떠들고 싶은 지금, <시스터후드>의 등장이 반갑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박지형

늦겨울의 흩어지는 입김을 담은 음악
음반 <오로라피플(Aurora Peaple)> 허클베리 핀

7년 만에 발매된 허클베리 핀의 6집은 ‘늦겨울의 흩어지는 입김’을 닮았다. 다소 터프하고 사회 비판적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이들의 새 앨범에선 몽환적 판타지를 느낄 수 있다. 5집 활동을 끝으로 밴드 내부 문제와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리더 이기용은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가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의 짙고 푸른 자연에 파묻혀 지낸 그 시간은 결국, 새로운 음악으로 변화했다. 이기용이 작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만든 멜로디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알 수 없는 영역으로 확장해 들어가는 듯했고, 힘 있는 샤우팅으로 관객을 사로잡던 보컬 이소영은 목소리에 힘을 좀 빼고 서정을 가미했다. 또한, 이번 6집 활동부터 정식 멤버가 된 기타리스트 성장규는 자연스럽게 밴드에 스며들어 기존 멤버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개인적으로는 관록 있는 인디 1세대 밴드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반가운 앨범. 이들의 변화가 궁금하다면 음원 혹은 오는 3월에 있을 이들의 단독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영배

가장 악명 높은 식물과 가장 사랑받는 음료의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
<커피, 코카&코카콜라> 리카르도 코르테스

<커피, 코카&코카콜라>는 시원시원한 일러스트와 짧은 텍스트를 통해 ‘커피’와 ‘코카콜라’를 둘러싼 숨은 이야기를 재미있고도 알기 쉽게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커피’의 기원은 에티오피아의 산악 지대로 거슬러 오른다. 지치고 굶주린 염소들이 어떤 선홍빛 열매를 씹고 기운을 차리며, 이를 신기하게 여긴 염소지기들이 열매 속 씨를 볶아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남미 안데스 산맥에서 재배되는 ‘코카(Coca)’는 그것을 씹는 이들에게 긴 배고픔과 노역도 지탱할 힘을 부여하는 경이로운 잎사귀였고, 서부 아프리카에서 재배되는 ‘콜라(Kola)’는 놀라운 각성 및 강장 효과를 유발하는 열매로 애용됐다. ‘코카콜라(Coca-Cola)’는 이 코카와 콜라를 섞어 만든 음료인 셈. 커피, 코카, 콜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카페인 성분이 과거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며 불법화된 바 있다는 사실과, 지난날의 맹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는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생활 음료가 됐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그 가운데 초국적 기업 코카콜라사(社)가 미연방 마약국과 은밀히 거래해 합법적으로 코카를 무한정 독점 수입하며 거대한 제국을 쌓아올렸다는 사실은 이 책의 백미. 장보영

두 여인을 살아남게 한 마음
소설 <두 늙은 여자> 벨마 윌리스

알래스카 극지방에 추위가 찾아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자 부족은 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두 여인을 두고 길을 떠난다. 81세의 ‘칙디야크’와 76세의 ‘사’다. 모든 부족민의 동의하에 설원 한복판에 버려진 두 여인은 배신감에 휩싸이지만, 곧 결심한다. 눈 속에서 생을 마감하더라도 ‘뭔가 해보고 죽자’고. 무거운 두 다리를 이끌어 쉴 거처를 짓고, 사냥을 나가고, 식량을 저장하며 자신을 떠난 부족들보다 훨씬 훌륭하게 1년을 살아내 비로소 젊은 부족민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노인의 연륜을 미화하거나 무조건적 존경을 강요하지 않아서다. 칙디야크과 사가 버림받은 이유는 단지 ‘늙은 여자’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부족이 떠난 뒤 스스로 사냥을 하고 돌아온 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먹을 게 없다고, 젊었을 때가 좋았다고 떠들어댔어. (중략)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젊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우리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기는 거야.” 두 여인에게 희망이 찾아온 것은, 지나온 세월에서 벗어나 현재를 긍정하면서부터였다. 나이를 나이로 가둘 때 한계가 찾아온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다. 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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