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나만의 직업을 만든다

마이 홀릭 라이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나만의 직업을 만든다
잡 크리에이터 박시현

‘경단녀’라고 들어봤는가? ‘경력 단절 여성’의 준말인 이 단어는 대한민국 고용 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와 함께 근속하던 직장을 퇴사하고 하루아침에 경단녀가 된다. 요즘이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남자와 달리 대부분의 대한민국 여성들은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그간 이력을 쌓으며 해왔던 일이 두절되거나 큰 전환을 맞는다.

과연 출퇴근을 하는 전통적 고용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걸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는 없는 걸까? 이러한 질문이 모여 최근 창직(創職․Job Creation)에 대한 희구가 높아지고 있다. 창업과 구분되는 창직이란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들어내는 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적성과 취향을 접목하면서 소소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는 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잡 크리에이터(Job Creater) 박시현 씨는 이러한 시대에 맞춤한 듯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을 누비며 창직 관련 강의와 기고 활동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근래 출간한 <내 직업 내가 찾는다>를 통해서는 경단녀 이후의 자기 극복기와 더불어 다양한 창직 사례를 소개하며 선택지에 없는 답도 정답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잡 크리에이터’로서의 삶

반갑습니다. ‘잡 크리에이터’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잡 크리에이터 박시현입니다. 노동으로서의 일은 창직 관련 강의를 하고 있고, 정체성으로서의 일은 글을 쓰고 있어요. <내 직업 내가 만든다>를 포함한 세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구요. 독자들과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나로의 책장’도 함께 운영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영상으로도 풀어내고 있습니다.

 

단행본도 출간하신 만큼 아무래도 창직 관련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창업과 구분되는 창직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해주세요.

우선 창업과 창직을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데요, 창직가들이 보통 자신의 일을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정리수납 전문가’가 가장 대표적이고도 유명한 창직의 사례인데, 정리수납에 대한 현대인들의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이 일을 시작한 한 개인이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정리수납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그러다 보니 회사 단위로 커지면서 창업으로 연결된 거죠. 회사를 창립하는 창업에는 궁극적으로 아이템과 자본이 필요하고 고용 관계가 적용되지만, 창직은 기존 노동시장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않고 개인이 문화, 예술, IT, 농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나만의 직업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창업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창직에 대해서도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희구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창업의 경우 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 등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거든요. 그게 아무래도 창업 열풍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구요, 창직은 창업에 비하면 그 규모가 현저히 작아요. 아무리 좋은 직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사회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조성이 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래도 개인에게 힘에 부치는 부분이 많죠. 창업에 이어 최근 3년 사이 창직에 현대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우선 고용난 내지 취업난이 가장 클 것 같구요, 자신의 적성과 취향을 접목하면서 소소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에 대한 열망이 커진 거라고 볼 수 있을 듯해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 있잖아요, 직업군에 없는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창직에 대해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들어내는 일’이라 정의하지만 처음부터 ‘나는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들 거야!’라는 다짐으로 시작하면 너무 막연해서 금세 지치고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요. 단순히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즐기던 활동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죠. ‘고양이 탐정가’를 예로 들게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잃어버린 뒤 찾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같은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인데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일인 만큼 분명 기꺼운 책임감을 갖고 해내겠죠? 그리고 이에 대한 수요가 늘면 결국 수익으로 이어지는 거구요, 그렇게 본의 아니게 창직을 하게 되는 셈이죠.

 

내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쉬운 것 같네요.

정리수납을 대신 해주는 일, 고양이를 대신 찾아주는 일에서도 알 수 있지만 창직의 사례들을 보면 사실 오래 전부터 이미 세상에 있었던 활동인 경우가 많아요. 단지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죠. ‘관점’의 차이인 건데요. 저는 세상에 있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내 스타일대로 변주하거나 재해석하면’ 한 개인에게는 엄연한 창직이라고 봐요.

 

그러고 보니 근래 들어 ‘이것도 일이 될 수 있구나’ 싶은 독특한 직업군이 정말 많이 생긴 것 같긴 해요.

요즘은 SNS가 워낙 발달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죠. 컨텐츠 경쟁의 시대이고 퍼스널 브랜딩 시대인 만큼 한 개인이 하나의 콘텐츠, 브랜드, 기업이 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창직가들에게 SNS는 정말 유용한 홍보 채널이자 구직 채널인 것만은 분명해요. 하지만 메시지 없이 포장만 잘해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건 아닌지 스스로 끊임없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봐요.

 

임신과 육아 이후 운명처럼 만난 창직

결혼 전에는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다니셨다고 알고 있어요.

여의도 증권가의 빌딩숲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눈에 보이는 화려한 삶을 쫒아 살던 20대를 지나 결혼과 동시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2013년 남편의 직장이 있는 충북 진천으로 내려와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강사라는 직업이 워낙 장소에 매이지 않고 전국 어디든 오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주거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구요. 지금 사는 지역이 한반도 지도상 딱 중간이라 서울, 대구, 부산, 제주 어디든 오가는 게 편해요. 시골이라 할 게 없다 보니 책 읽고 글 쓰며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 창직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네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한 뒤에 ‘이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막막해하죠.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어쩌면 취업은 돈을 벌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노동의 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저의 경우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서 ‘출산과 육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졌어요. 아이를 갖게 되더라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집에서도 계속할 수 있는 일, 내가 어딘가로 움직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도 가능한 일. 그때 창직이라는 아이템을 운명처럼 만났죠. 최근 공공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사 포기를 했어요. 입사를 하면 다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제가 지금 애쓰고 있는 콘텐츠 생산 활동이 중단될 테니까요. 그리고 혹여 둘째 아이를 갖게 되면 또 그만둬야 할 테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취업할 엄두가 안 났어요. 3년, 5년 후 오늘의 저를 후회할 것 같았어요.

 

창직 관련 강의는 언제 처음 시작하셨나요?

2014년 여름에 아이를 낳고 이듬해 2월부터 창직 강의를 시작했어요. 당시 한국창직협회 전임강사이자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강의 기회를 많이 얻었죠. 동시에 블로그에 창직 관련 콘텐츠를 왕성하게 업로드하면서 지금의 명함인 ‘잡 크리에이터’로서의 기반을 쌓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임신과 동시에 ‘경단녀’가 되다 보니 같은 상황에 놓인 전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주로 강의를 해왔어요.

 

강의 수요가 상당할 거 같아요. 제 주변만 해도 결혼 내지 임신과 동시에 경단녀가 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특이하게 아무리 경단녀 대상으로 창직 강의를 해도 그분들이 대개 아이가 있는 엄마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직 아이템에 아이 교육 쪽으로 흘러가더라구요. 아무래도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이다 보니 창직에 대해 고민할 때도 아이에게로 관심이 쏠리는 듯해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경단녀 강의가 학부모 강의가 되고, 자녀 진로 강의로 이어지죠.(웃음)

 

창직 강의를 하시다 보면 강의 현장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고민 상담을 해올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강의를 통해 제가 소개하는 창직 사례들을 보면서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된다고 말씀해주세요. 얼마 전 출간기념회에서 만난 한 여성분도 본인은 원래 인테리어 전문가가 꿈이었는데 남편이 반대해 30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이제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어 제 강의도 듣게 됐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창직 강의를 들으면서, 막연했던 인테리어 전문가라는 꿈에서 본인은 ‘창문 인테리어’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대요. 강의를 통해 영감을 받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분들이 계셔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직업 내가 만든다>를 보면 독특한 이력의 창직 사례자들을 인터뷰하셨는데 어떻게 취재하신 건가요?

지금이야 인터넷에서 창직 사례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제가 책을 쓰기 시작한 2015년만 해도 창직가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책을 통해 소개한 분들의 경우 국내 1호 창직가들이라고 보면 돼요. 그 당시 너무 희소해서 워낙 유명하셨던 분들이라 메일을 보내고 섭외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구요. 인터뷰 거절을 하실 경우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계속 연락드려 시도했어요.

 

개인적으로 ‘탁월한 창직가’라고 생각했던 사례가 있나요?

국내 최초 영유아 수면 교육 코치인 ‘똑게(똑똑하고 게으르게) 육아’ 김준희 씨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데요. 제가 아이를 키울 때쯤 수면 교육이라는 게 막 대두되던 시점이었어요. 마치 아이들이 식사예절을 배우는 것처럼 잠을 잘 자는 것에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론인데요,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알 거예요. 아기가 잠을 잘 자느냐 아니냐가 엄마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요. 김준희 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의 회원 수는 7만 명에 이르고 그녀가 쓴 책 <똑게 육아>는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아이들이 수면 교육을 받으면 오후 7시가 되면 잠이 들어요. 물론 3~4시간마다 깨긴 하지만, 그만큼 자기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엄마들에게는 유용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죠. 이분도 처음부터 창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건 아니라고 해요. 익명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에 육아에 대해 공부한 내용뿐 아니라 본인이 초보 엄마로서 맛본 온갖 감정들까지 가감 없이 토해내다 보니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육아 정보를 얻으며 위로와 치유를 받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금에 이르게 된 거죠.

 

일이라는 게 자아실현 부분도 있지만 경제활동으로서의 목적도 있잖아요, 보통 창직은 어떤 수익구조를 갖게 되나요?

‘아름다운 길 연구가’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들만을 발굴해 길 위의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련 강의나 강연을 하고 책을 쓰는 식으로 이어지죠. 창직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 보통 본업으로 활동을 하고 그 본업으로 파생되는 강의 및 강연, 기고, 저술 등으로 이어져요. ‘아름다운 길 연구가’의 경우 본업은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 컨설팅이 되겠죠. 저 같은 창직 강사의 경우 본업은 강의 및 강연이구요. 창직을 하려는 분들에게 당장의 수익을 보기보다는 더 멀리 내다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 직업 내가 만든다>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떤 점이 좋았나요?

우선 저 스스로 ‘일’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 세상은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해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하죠. 하지만 사회구조상 사람이 노동하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어렵거든요. 먹고살기 위한 노동으로서의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할 때 박준 시인의 이야기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됐고 해답이 됐어요. 박준 시인 같은 경우 80만 부 이상의 책을 판 초대형 시인인데 시를 쓰지 않을 때는 출판사에서 기획 편집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분이 책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노동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누구나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나에게 노동은 책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시를 쓰는 일은 내 정체성이다’라고. 노동으로서의 일과 정체성으로서의 일을 구분하니 조급함도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저에게 노동으로서의 일은 돈을 벌 수 있는 강의인 거고, 정체성으로서의 일은 글쓰기예요. 예전에는 작가로 살아갈 수 없는 제 삶을 우울해했어요. 그런데 책을 쓰는 동안 이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있었고 당장 전업 작가로 살 수 없어도 그럼에도 꾸준히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죠.

 

헤어지지 않기 위해 ‘휴혼’ 하다

작가님의 경우 경단녀가 되고 나서 책을 쓰기 시작하셨다구요.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산후우울증을 앓곤 하는데요, 그 시기에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게 글쓰기였구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산책이 될 수도 있죠. 그 시기에 쓴 책이 작년에 출간한 <삶의 흐름이 춤추는 대로>예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만큼 원치 않는 시기에 아이를 갖게 된 것에 대한 혼란도 있었다구요.

결혼 후 퇴사하고 새로운 터전에서 프리랜스 취업 강사로 일이 한창 들어오던 시기였거든요. 이제 막 새로운 커리어를 쌓으려는 기간에 아이가 생기니 왜 하필 지금인지 눈앞이 캄캄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제일 잘한 일을 꼽는다면 ‘아이를 낳은 것’을 꼽을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아이에게 씩씩하게 사는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반전이네요.(웃음)

다행히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으니 또 안정이 되더라구요. 임신 기간 동안 쉬면서 다시 내가 세상에 나갈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거죠.

 

건강하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셨네요. 그다음 출간한 책이 바로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인데요, 1년 동안 휴혼 기간을 가졌다니 사실 좀 놀랐어요.

엄마로서의 육아와 살림에 관한 기대치가 높은 남편과의 갈등 끝에 결혼 5년차인 2017년 가을에 휴혼 기간을 갖기 시작해서 1년이 지난 올해 12월에 다시 합쳤는데요. 그사이에 남편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무엇보다 일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남편이 이제는 프리랜서로서의 저의 일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어요.

 

휴혼 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좀 더 들려주세요.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하고 저희는 휴혼 기간을 갖기로 했어요. 부부 간의 애정과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채 단순히 삶의 공간만 분리하는 새로운 가족상의 실험이었다고나 할까요. 시부모님이 남편과 합가하여 아이를 돌보고, 제가 월세방을 얻어 나가 생활비를 직접 벌어 살며 아이는 수요일 밤과 주말에 데려와 함께 보내는 식으로 지냈어요. 원칙이 있었죠. 이혼은 생각하지 말 것, 서로 이성 문제는 만들지 말 것, 각자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노력할 것, 떨어져 있는 동안 상대방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

 

‘남편’과 ‘아내’,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 속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기 본연의 삶에 충실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서로를,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잊어가던 우리 두 사람이 휴혼 기간 동안 생활에 지쳐 잊어가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애 시절 매혹됐던 연인으로서의 본모습을 다시 되찾게 됐어요. 배우자를 너무 사랑하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지겹도록 부딪힌다면, 가부장제 가족상이 과연 현대에도 유효한 것인지 의심이 된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최종 꿈은 ‘백발 할머니 유튜버’로 사는 것

창직 강의 말고 작가님께서 하고 싶은 특별한 창직 아이템이 있나요?

아직도 제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헷갈리는데요. 확실한 건 저는 컨텐츠를 기획하고 저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강사가 본업인 이유죠. 그 외에 저는 ‘스트링 아트’라는 공예에 관심이 있어요. 2014년에 처음 알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아무 정보도, 재료도 없었음에도 흥미를 느껴서 혼자 취미로 즐겨왔죠. 그런데 최근 미대 출신의 전문 스트링 작가들이 생기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분들의 스킬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취향을 반영해 ‘스트링 아트 명상 공예’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스트링 아트를 하다 보면 무아지경, 즉 몰아의 체험을 하게 되거든요.

 

현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소개해주세요.

저는 현재 ‘나로의 책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창직을 비롯해 굴곡 많았던 제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있어요.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유는 출간까지 최소 반년은 필요한 책과 달리 소통의 주기가 빨라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 수 있어서예요. ‘나로’는 제 필명인데요. 나로부터 비롯되는 삶, 나로부터 벗어나는 삶 등을 두루 포함하고 있어요. 글 쓰는 일이나 유튜브 같은 경우 당장 수입으로 연결되진 않아도 제가 평생을 두고 꾸준히 해야 하는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길게 보고 부지런히 하고 있어요.

 

작가님을 행복하게 해주는 3가지는?

다섯 살 된 제 아들, 아무도 없는 집에 누워서 보는 책 그리고 유튜브 속의 제 모습!(웃음)

 

창직을 통해 새롭게 사회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저 같은 경우 추진력은 높은데 인내력이 부족해서 용두사미가 된 일이 참 많은데요, 꾸준함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제가 드리고 싶은 한마디는, 중간에 끊어지더라도 가늘고 꾸준히 길게 가시라는 것.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해주세요.

우선은 제 유튜브 채널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고 싶구요, 그다음 청주에서 아이들 인성과 지혜에 관해 교육하시는 김정진 박사님과 함께 부모교육 사업에 도전해볼 것 같아요. 내 안의 나와 화해하는 방법에 관한 책도 써볼 것 같구요. 궁극적으로는 꾸준히 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하얀 백발의 커트머리 할머니가 됐을 때도 제 소박한 시골집 책장 앞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좋겠고, 모여서 같이 책도 보고 술도 마시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박시현
한국투자증권 퇴사 후 세일즈 강사로 일하다가 임신과 함께 일을 그만두자 경력 단절 여성이 됐다. 이후 임신과 육아의 시간을 아이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을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도 활용하면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창직의 세계에 눈뜨게 됐다. 현재 (사)한국창직협회 전임강사, ‘나로 1인 학교’ 대표, 스트링아트 명상 공예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경력 단절 여성들을 만나 삶과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삶의 흐름이 춤추는 대로>,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 <내 직업 내가 만든다>를 썼으며 유튜브 ‘나로의 책장’을 운영 중이다.

ⓒ(주)혜인식품-네네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