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행복을 굽습니다

그녀의 행복한 도전
글 장보영
사진 이미순 제공

오늘도 나는 행복을 굽습니다
<Lewis Flower Cake> 이미순

<Lewis Flower Cake>는 이미순 씨가 2015년 오픈한 버터크림 플라워 케이크 스튜디오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는 이 씨의 꽃 케이크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의 감각을 선사한다. 올해로 결혼 8년차에 접어든 아이 엄마 이미순 씨는 어떻게 처음 꽃 케이크를 만들게 됐을까?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며 제2의 인생을 아름답게 구축한 그녀의 삶을 다섯 개의 맥락으로 정리해봤다.

# 케이크와의 우연하면서도 운명적인 만남

케이크 만드는 일은 결혼하고서 시작했어요. 결혼, 임신, 출산, 이 모든 일이 저에게는 1년 안에 일어났는데요, 지금의 남편과 만난 지 4개월 만인 2012년 1월에 결혼을 했고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했거든요. 생활패턴이 확 바뀌었죠. 아이 낳고 키우면서 정말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너무 정신없어서 산후우울증 같은 걸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몇 년 동안 아이만 보면서 사니까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지더라구요. 그러다가 아이가 세 살 때 어린이집에 당첨이 됐어요. 좀 더 곁에 두고 싶었는데 막상 당첨이 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니 내 시간이 생긴 거예요. ‘해보고 싶었던 걸 다 해보자, 뭘 해볼까, 뭘 배워볼까.’ 처음에는 그림을 다시 그려야지 했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결혼 전까지 매일매일 엄청 열심히 그렸거든요. 그러다가 친구가 케이크 만드는 걸 우연히 보고 ‘저거다’ 싶었어요. 마치 식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거든요. 그날로 베이킹 클래스를 신청해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배웠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만들고, 만들고,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좁은 집에 오븐도 들이고 반죽기도 들이고 기구가 점점 늘어났죠. SNS에 제가 만든 케이크를 하나둘씩 올리니까 베이킹 수업 문의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 100가지 좋아하는 것 중 마지막까지 남은 세 단어 Lewis, Flower, Cake

일련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솜씨가 좋다’며 집에서 이럴 게 아니라 10평짜리 오피스텔이라도 얻어서 제대로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창업을 하기로 하고 이름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 싶어서 ‘Call my name’이라는 이름 짓기 워크숍을 들었어요. 거기서 강사님이 그러더라구요.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100개 적어보라고.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80개, 50개, 10개…. 이런 식으로 줄여나가다 보니 마지막까지 남은 단어가 Lewis, Flower, Cake 이 세 단어였어요. 제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어렸을 때부터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꽃도 참 좋아했어요. 사실 제 꿈이 동네에 작은 꽃집을 내는 거였거든요. 예전에 직장생활할 때 우울하면 출근 전에 꽃시장 들러 꽃 한 다발 사오고 동양 꽃꽂이도 배우고 그랬어요. 그렇게 2015년에 <Lewis Flower Cake> 스튜디오를 오픈했어요. 집에서 소규모로 하다가 수강신청을 통해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모으고 오피스텔에서 진행하니 정말 제가 오롯이 책임지는 제 일이 생긴 것만 같아 꿈만 같더라구요. 시작부터 반응이 좋았어요. 보통 두 달 과정 정규반/심화반 수강신청을 받는 식으로 1년에 여섯 번 모집공지를 올렸는데 첫 달부터 마감이 됐으니까요.

# 욕심 많고 즉흥적이며 자유분방했던 청년 시절

20대 때의 저는 즉흥적이면서 자유분방했던 사람이었어요.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고,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은 가야 되고, 늘상 계획 세우고 뭔가 하고 있고, 에너지가 바닥나면 훌쩍 여행 나가서 채우고 돌아오고, 그 힘으로 다시 살아가는 청춘이었죠. 대학 때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했는데 졸업하고는 국가 연구소에서 사무직으로 일했어요. 적성에도 잘 안 맞고 재미도 없고 저와 정말 안 어울리는 일이었죠. 처음에는 ‘내가 여기서 이런 일 하려고 대학 나와서 미술 공부한 건가’ 자괴감도 들었어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다 보니 고민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런데 ‘내가 여기서 이런 일 하려고 직원으로 뽑힌 거고 월급도 받는 거지’라고 생각을 바꾸니까 그 뒤로 일이 점점 재밌어지더라구요. 퇴근도 빠르고 업무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 시절에 바리스타 자격증, 아동 미술치료 자격증 등 따고 싶은 자격증도 원 없이 따면서 배우고 싶었던 것 정말 거의 다 배웠던 것 같아요. 요즘 텅 빈 마음을 어떻게라도 달래고 싶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시절에는 정말 매일 매일 일기를 썼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나 자신을 무척 사랑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배려심이 남다른 감성적인 남편

자유분방하고 욕심 많던 나라는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서서히 바뀌더라구요. 그러니까 옛날처럼 뭔가를 활동적으로 하려 하기보다는 때를 기다리며 평화적으로 사는 쪽으로. 한번은 남편이 저더러 아이는 자기가 돌볼 테니 혼자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부산하고 경주에 갔어요. 가기 전에는 무척 신나고 좋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예전 같지 않은 거예요. 그냥 불편하더라구요. 자꾸 아이 생각만 나고. 그래서 하룻밤만 자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일을 할 때나 육아를 할 때 남편한테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제 눈빛만 봐도 제가 어떤 상태인지, 뭐 때문에 힘들고 불안한지 아는 사람이니까요. 지금은 게임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남편도 사실은 취미로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걸 소개팅 때 알았는데 제 그림 스타일과 남편 그림 스타일이 완전 똑같은 거예요. 갑자기 호감도가 확 상승해서 애프터 신청도 제가 먼저 했다니까요. 남편은 지금도 퇴근 후, 아이가 자러 들어간 뒤에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디자인이나 사진 감각이 있어서 제가 초기에 자리 잡을 때도 남편이 많이 도와줬어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저 스스로도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세 가지

얼마 전에 사고 싶었던 칼 하나를 샀는데 요리할 때마다 너무 즐거운 거 있죠. 왜 이걸 이제 샀을까 싶을 만큼. 그리고 아들 규원이 수영하는 거 보는 거, 자는 얼굴 보는 거, 규원이랑 남편이랑 셋이 같이 있는 거,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행복해요. 규원이가 한번은 그러더라구요. 나도 엄마처럼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자기는 야구선수가 꿈이라고. 마지막으로 제가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해요. 저는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똑같은 케이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어려움도 있어요. 디저트 시장이 워낙 유행에 민감하고 변화도 빨라서 끊임없이 다음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이요. 꽃 케이크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는 수업도 금방 차고 뭘 해도 정말 잘됐는데 이제 그게 한풀 꺾이니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그 수요가 예전에 못 미치는 상황이거든요. 경기가 어려워져 젊은 20~30대 여성들이 취미로 무얼 배우는 데 위축된 것도 있구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 시도들을 해나가고 있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수업도 더 다양하게 진행해보려구요. 그러면서 몸도 건강도 챙기려 부단히 애쓰고 있어요. 너무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니까 끝까지 오래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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