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김소연의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글과 사진 김소연

공기

좋은 장소가 따로 있지 않았다.

좋은 사람도 따로 있지 않았다.

좋은 시간이라는 게 잠깐씩 나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먼 길을 달려가 겨우 만나는 아주 잠깐의 시간.

같은 장소에서도 같은 사람이어도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가끔씩만 누릴 수 있다.

항상 좋은 사람도 없고 항상 좋은 장소도 없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좋을 때가 있다.

아주 잠깐씩. 아주 가끔씩. 그 좋음은 카메라로는 담지 못한다.

그럴 때에 나는 시를 썼던 것 같다. 그 공기에 대하여.

집에 돌아와서. 혼자가 되어서. 책상에 반듯하게 앉아서.

 

한국, 영종도 & 제주도, 2018

 

좋은 시간을 보낼 때에 핸드폰을 꺼내지 않는다. 그러는 게 좋은 시간에 대한 나의 예의라고 여긴다. 그럴 때는 당연히 카메라도 꺼내지 않는다. 꺼낼 생각을 하질 못한다. 차마 카메라를 꺼낼 생각조차 못했던 정말 좋은 순간들보다는 조금 덜 좋은 순간들을 찍은 사진들이 외장하드에 가득하다. 어쩌면 좋은 순간들을 예감하고 있는 이전의 시간일 수도 있고 좋은 순간들을 잘 겪고 난 이후의 시간들일 수도 있다. 잔향처럼 좋은 공기가 나를 둘러싸고 있을 때에, 그 좋음이 내 눈망울에 담겨 있을 때에, 내가 찍은 사진을 나는 마음에 들어 한다. 아주 드물게, 그런 식으로 평생 간직할 한두 장의 사진을 얻는다. 누군가 내 사진을 본다면 내가 느꼈던 그 좋음을 느낄 수 있을까. 그 공기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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