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에 헌책방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

따뜻한 인터뷰
인터뷰 장보영
사진 주민욱

스마트폰 시대에 헌책방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
<공씨책방> 장화민 대표

종종 헌책방에 책을 팔고는 한다. 다 읽은 책을 팔면 팔린 정도의 빈 공간만큼 생활도 마음도 단출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헌책방에서 종종 책을 사기도 한다. 구하기 힘든 책을 찾아야 할 때라든지, 주말 오후 그 앞을 지날 때라든지. 우연히 들러 마음이 동하는 책을 사는 경우가 보통이었고,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책에서 발견한 타인의 흔적은 헌책을 사는 또 다른 매력이 됐다. ‘추억을 사고파는 곳이구나.’ 헌책방을 나설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신촌에는 아주 오래된 헌책방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공씨책방>이다. 1972년 경희대 앞에서 고 공진석 씨가 처음 문을 연 뒤 광화문을 거쳐 지금의 신촌에 터를 잡은 해만 25년.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헌책방 최초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공씨책방>이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입주한 건물이 매각되면서 새 건물주로부터 일방적인 퇴거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도시 개발의 광풍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공씨책방>은 과거의 자리에서 이전했다. 하지만 여러 시민들의 지지 속에서 ‘신촌’이라는 터전은 계속해서 지키기로 했다. 예전의 책방 자리에서 200m 떨어진 건물의 지하에다 <공씨책방>은 올해 2월 다시 동판을 걸었고, 남은 책들은 성수동 분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공씨책방>의 퇴거 문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공씨책방> 장화민 대표와 만나 헌책의 철학을 묻고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미래유산: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유산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

 

46년 역사의 우리나라 1세대 헌책방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는 신촌에 있는 <공씨책방> 대표 장화민입니다. 저희 이모부이신 고 공진석 씨가 1972년 경희대 앞에서 처음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그분께서 돌아가신 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맡아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헌책방이라니요, 책방 운영으로 스트레스 받으실 때 솔직히 책을 불태워버리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웃음)

아이고,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귀한 책을 왜 태워요.(웃음)

 

어찌 보면 가업처럼 이곳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중간에 한눈파신 적은 없으셨는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으셨을 것도 같아서요.

남편이 예전에 옷 장사를 하자고 해서 가게를 연 적이 있어요. 옷가게가 책방과는 다르게 물건 회전률도 빠르고 마진도 많이 남더라구요. 처음에는 장사가 막 잘돼서 ‘아, 이렇게 돈을 버는 거구나’ 했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역시나 책방 같은 소소한 재미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2년 정도 운영하고 다시 헌책방에 매진했어요. 저는 책 사러 갈 때가 제일 신나고 좋아요.

 

책을 팔 때가 아니라 사러 갈 때요?

보통 책을 팔 때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좋은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사서 저희 책방으로 가져올 때가 더 기뻐요. 좋은 책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좋은 책은 언젠가는 팔리니까 걱정 없지요. 그래서 좋은 책을 사 올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책은 어디에서 사 오세요? 궁금했어요. 손님들이 헌책방에 방문해 매입하는 방법만 알고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서울 변두리에 작은 헌책방들이 많았어요. 그곳을 운영하는 분들이 발품을 팔아 특별한 책을 고물상에서 수집했다거나, 누군가가 팔고 간 희귀한 책을 사게 되면, 그 작은 헌책방보다 규모도 크고 좀 더 이름도 알려져 있고 책도 많이 나가는 저희 책방이 그분들에게 다시 책을 사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 작은 헌책방에서 먼저 저희에게 ‘좋은 책들이 들어왔는데 와서 좀 보실래요?’ 하고 연락을 주시기도 하구요. 책들이 신통치 않아 실망하고 돌아갈 때도 있지만 방문하기 전에는 엄청 설레요.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나려나?’ 하구요.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거의 매일 책을 사러 변두리 헌책방을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그렇지는 않아요. 이제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헌책방들이 많이 없어지기도 해서요.

 

요즘은 어떻게 책을 사 오시나요?

요즘은 워낙 이사들을 자주 다니다 보니 책들을 소장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책이 무거우니까 보통 버리거나 처분하는데, 그때 저희 책방에 책을 파는 분들이 있어요. 이제는 책들을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리니까 책들의 연식이 짧다는 점이 아쉬워요. 오래 소장했던 좋은 책들을 만나기가 참 어려워졌어요.

헌책방에서만 볼 수 있는 책

책의 흐름을 알고 싶어요. 예전에는 어떤 책들이 많이 나갔어요?

책방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런저런 다양한 책들이 모여 있는데요, 예전에는 일어나 프랑스어, 독어로 된 원서 보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원서 구하기가 번거롭고 까다롭잖아요. 해외 소설들이나 디자인․미술 서적, 미술 전집들도 잘 나갔구요. 공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행 가는 사람들도 여행 가는 나라에 대한 책들을 많이 찾아보고 가는 분위기였어요. 신학기가 되면 참고서나 교양서 찾으러 오는 대학생들도 많았지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책들을 찾는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어요. 인터넷으로 웬만한 자료들을 다운받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또 세계 어디든지 자유로이 다녀올 수 있고 무엇이든 직접 구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요즘은 어떤 책들이 주로 <공씨책방>을 채우고 있나요?

이제는 책방에서 신학기가 없어졌어요. 그런 와중에 절판되고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찾으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서 반갑지요. 자료 차원에서 오래된 잡지를 찾으러 오는 학생들이 꽤 있어요. 예를 들어 시대별 의상에 대한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려는 의상학과 학생들이요. 과거의 잡지는 더 이상 발행되지 않으니 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아, 최근에는 카페 같은 데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옛날 책들을 구하러 오기도 해요.

 

헌책방을 주로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어떤가요?

과거에는 50, 60대 노교수님들이 주로 오셨어요.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무임으로 타게 되면서는 이른 아침부터 멀리 천안이나 수원, 주말에는 부산에서까지 지방 곳곳에서 배낭 메고 헌책방에 책 구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았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오셨던 어르신들도 많이 돌아가셨고, 요즘은 도서관들도 잘 돼 있어서 일부러 헌책방까지 오시는 분들은 확실히 줄었어요. 또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안 보잖아요.

 

아무래도 과거의 향수가 짙겠네요.

그렇지요. 80, 90년대만 해도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세계문학전집이나 세계위인전집 같은 거 한 질씩 꼭 집에 사놓고 그러셨잖아요. 그래서 웬만한 상식 같은 건 거의 꿰고 있었던 것 같구요. 배움의 열기도 대단했지요. 그런데 요즘 티브이에 나오는 젊은 연예인들 보면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구요.(웃음)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도 <공씨책방>에 몇 번 제 책을 판 적이 있거든요.(웃음) 그런데 팔릴 거라 생각했던 책은 사지 않고, 도리어 ‘설마 이거 팔릴까?’ 하고 생각했던 책은 사는 걸 보면서 기준이 뭘까 궁금했어요.

어떤 책인지가 중요한데요. 헌책방은 보통 팔리는 책, 나가는 책을 매입합니다. 그게 어떤 책이냐 하면 ‘세월을 타지 않는 책’이지요. 진국 같은 책이랄까요.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 사람들이 한 번만 보지 그걸 오랫동안 간직해서 보고 또 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생명이 짧지요. 아무리 신간이고 새책이어도 헌책방은 그런 책은 잘 사지 않아요. 그런데 가치가 있는 책은 아무리 오래되고 낡아도 관계가 없어요. 그다음으론 책의 상태를 보구요.

 

아무리 오래되고 낡아도 좋은 책이면 매입한다는 건가요?

그렇지요. 예전에 종이가 좋지 않았을 때 나온 책들은 삭아서 만지기만 해도 부서져요. 그런 책들은 서가에 꽂아두지 않고 비닐에 싸서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찾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스럽게 꺼내주지요. 50년이 넘은 책들 같은 경우요. 기름종이나 한지로 만든 책은 굉장히 오래가요. 수백 년이 지나도 책이 멀쩡해요.

 

책 관리와 보관은 보통 어떻게 하세요?

오래된 책들은 요즘 책들과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 낡아서 곰팡이가 피고 책장이 분리가 되어요. 그런 책들은 마른 수건으로 일일이 한 장 한 장 다 닦고 책장이 떨어진 부분은 본드로 붙여 제본해 보관하지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보는 눈이 있어야겠어요.

좋은 책인지 아닌지는 감으로 알 수 있어요. 오래 갈 책인지, 한 번 보고 버릴 책인지. 새책방이야 들어오는 책을 그대로 팔면 돼서 크게 어려울 게 없는데, 헌책방은 그걸 감별해내지 못하면 힘들어요.

 

저는 사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신촌에 생겼을 때 <공씨책방>의 안부를 제일 걱정했어요.

처음에는 저도 타격이 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왜냐하면 그곳에서 취급하는 책과 저희가 취급하는 책은 다르거든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볼 수 없는 책들을 <공씨책방>에서는 많이 볼 수 있어요. 그곳은 역사도 짧고 운영 특성상 오래된 책들을 수집하지 않잖아요. 보통 새책이나 신간, 재고 남지 않을 책들을 취급하지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 책을 찾으러 오시는 손님들도 무척 다양하고, 그만큼 관심사도 다양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재미있고 독특한 책들이 많이 모여요.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하지 못한 책을 저희 책방에 와서 구해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손님이 특정 책을 찾아달라고 할 때 보통 어떻게 찾아주시나요?

기억으로 찾아요.(웃음) 크게 도서 분야별로 구역을 정해놨거든요. 예를 들어 이쪽은 해외 원서, 저쪽은 건축 분야, 또 이쪽은 서예 분야 등등. 그래서 책이 저희 책방에 들어올 때 보통 제가 거의 기억을 다 해요. 그래서 몇백 권이 되는 책들 중에 어느 구석에 꽂혀 있는 책도 다 찾아주곤 하지요. 그런데 이제는 저도 육십이 넘어 그런지 예전 같지가 않아요. 그래도 한 권 한 권의 책이 현재 책방의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놀랍네요,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하기는 어렵나요?

새책방과 달리 헌책방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하기가 좀 어려워요. 왜냐하면 신간 같은 경우 그 책이 팔리면 금방 재고를 채워 넣을 수 있는데 헌책은 그 한 권이 팔리면 그만이거든요. 같은 책이 다시 들어오기까지는 재고가 없는 거지요. 같은 책이 언제 들어올지 장담할 수도 없구요.

 

그럼 책상 위의 컴퓨터는 대체 무슨 용도로 쓰세요?

아, 저희 책방 홈페이지는 따로 없구요. 인터넷 장터 같은 사이트에 간간히 책을 올려 판매하고 있어요. 대대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조금씩 틈틈이 책을 올리고 있는데 반응이 꽤 있어요. 사람들이 몰라서 못 사 가는 책들이 저희 책방에는 많잖아요. 그런데 사이트에 올리면 금방 나가구요, 고가여서 안 나가는 책도 거기에 내놓으면 나가고 그래요.

 

지금 이 순간 대표님께서 딱 한 권의 책을 인생의 책으로 추천해주신다면?

최순우 씨가 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라는 책을 저는 참 좋아해요. 역사 깊은 유적지에 대해 미술사적 관점에서 잘 설명해주는 책인데요. 다른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거나 저희 가게에 손님들이 이 책을 내놓고 가면 저는 재고가 10권이 넘게 쌓여 있어도 계속 그 책을 받아요. 좋은 책은 언젠가는 팔리구요, 이 책은 정말 꾸준히 잘 나가니까요.

(*‘그 책을 지금 찾아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요청에 장화민 대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서가에 다가가 그 책을 찾아 보여줬다.)

<공씨책방>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처음 경희대에서 문을 열어 광화문을 거쳐 지금 신촌으로 오게 된 계기가 박원순 서울시장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이모부께서 돌아가신 후, 이 많은 책들을 한꺼번에 물려받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모부가 구해오신 책들을 팔기는 해봤지만 제가 직접 책들을 사러 가거나 책방을 운영해본 적은 없잖아요. 그러던 어느 날 <공씨책방>의 초창기 단골이신 박원순 서울시장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신촌으로 가보면 어떻겠냐’고 저희 부부에게 제안하시더라구요. 거기는 대학이 많으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책을 사러 좀 더 오지 않겠느냐면서요. 그렇게 버스를 타고 무작정 신촌에 가서 정류장에 내렸는데 마침 내린 곳에 작은 가게가 비어 있는 게 보였어요. 바로 복덕방을 찾아가 물어보고 무조건 그곳을 계약했지요.

 

그 후로 또 한 차례 이사를 하신 곳에서 25년 동안 운영하시고, 최근에 다시 이사를 하셨어요.

네, 이사 후 올해 2월부터 지금 이곳에서 영업을 다시 시작했어요. 대로변 1층에서 25년 동안 운영하다가 건물주가 바뀌고 임대료를 올리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워주고 나오게 됐지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인데요, 임대료를 조금 더 주고서라도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싶었겠죠?

그 방법을 왜 고민하지 않았겠어요. 저희도 임대료를 더 주더라도 계속 같은 자리를 누구보다 더 지키고 싶었지요. 그런데 기존 임대료에서 거의 3배 이상 되는 돈을 요구하니 이건 그냥 나가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더라구요. 실제 재판에 갔을 때도 바뀐 건물주가 저희에게 ‘나가달라’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구요. 예전 책방 자리에는 지금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에요.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상심이 크셨을 것 같아요. 이전 책방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이 아프실 것도 같구요.

결국 병이 와서 입원을 했었지요. 처음에는 그 근처로 가기도 너무 힘들고 보는 것도 싫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많이 나아졌어요.

 

2013년에 <공씨책방>이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됐는데 책방이 없어질 위기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요?

당시 서울시 해당 부서에 문의도 했지만 개인 간 거래의 문제라며 지원 대책이라는 것이 없었지요. 기존 책방을 지켜내고 보존할 수 있는 세부 정책이 없어서 결국 지금 자리와 성수동으로 나뉘어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공씨책방> 문제를 계기로 ‘서울미래유산’과 관련된 제도들이 많이 보완이 됐다고 알고 있어요. 지금 이전한 저희 책방의 경우도 기업 후원으로 1년 7개월 정도 임대료를 지원 받게 됐구요. 매년 문화정책비가 많이 책정되는데, 일회성 축제를 주최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라져가는 헌책방들을 좀 살려주는 방향으로 장기적 지원을 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헌책방을 운영하시면서 느꼈던 아쉬움은 없나요?

아무래도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경우 자기 명의의 건물이 아닌 이상 임대를 해서 헌책방을 운영하기는 참 힘든 일 같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헌책방이 거의 지하에 있는 거구요. 수입은 솔직히 말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적어요. 비싼 임대료를 내고 나면 수익으로 손에 남는 건 없지요. 그나마 저희도 가족 경영이다 보니 따로 사람을 쓰는 데에 대한 인건비가 나가지 않지만요. <알라딘 중고서점>의 경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새로운 직원이 와도 금방 인수인계해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잖아요. 굿즈나 커피 같은 것도 팔구요. 물론 저희도 그렇게 경쟁력을 갖추고 싶어요. 그런데 능력도, 여력도 안 돼요.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세월만큼 많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어서 요즘 새로 생기는 독립서점들처럼 책을 소량만 놓고 운영할 수가 없어요. 책들을 놓을 넓은 장소가 필요한데 그걸 지상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대개의 헌책방이 지하로 가는 거구요. 실제로 2층은 임대료도 문제지만 책들이 워낙 무거워서 건물이 무너질까 봐 건물주가 불안해해요. 그래서 맨 나중에는 지하로 가는 건데 지하가 빛이나 습기도 그렇고 접근성이 떨어져 여러 가지로 아쉽지요.

헌책방에도 미래는 있다

서울 일대에 많은 독립서점들이 생겼지만 또 금방 문을 닫은 곳도 많습니다. 40여 년 동안 꾸준히 책방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그냥 우직하게. 다른 생각 안 하고.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어떤 책이 들어올까’,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까’ 생각하면서 책 좋아하니까 책 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책방 오래하시는 분들 보면 아무리 어려워도 책방 그렇게 쉽게 못 접어요. 보통 오랫동안 운영하시다 그만두신 분들 보면 책방에서 돌아가신 경우가 많아요. 얼마 전에 어떤 분도 인사동에서 하시다가 물러나 삼선교 근처 지하 건물에서 책방 하시던 중에 쓰러져 돌아가셨거든요.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셨고 일본 헌책방으로 우리나라 책도 많이 수출하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시면서 일본으로 나가던 책들도 이제 끊긴 거지요. 일본 사람들이 그런 책들을 자료로 우리나라에 대해 연구하고 그럴 텐데요.

 

구조상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낙심하지 않고 꿋꿋이 이곳을 운영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해요.

아이들이 다 커서 이제 크게 돈 들어갈 일은 없지만 운영하려면 임대료나 경비도 나가야 하고 저희 부부 생활도 해야 하니 걱정이 되지요. 그래도 아직 가지고 있는 책들이 아직 많고, 이 책들 다 정리해서 팔면 되니까요.(웃음) 헌책방이 장사가 안돼서 힘들긴 해도 굉장히 재미있는 곳이에요.

 

시간이 더 지나 대표님 부부께서 책방을 운영하기가 어렵게 되면 그다음 <공씨책방>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 아이들은 물려받지 않겠대요.(웃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우선 한참 지나도 나가지 않는 책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줄이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까요. 한 평 한 평이 다 돈인 세상이라서 예전처럼 ‘이건 다 임자가 있어’ 하면서 십만 권씩 놓고 팔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종이책은 그 어떠한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도 바로 볼 수 있는 가장 진보한 매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헌책방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책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소중하고 귀해져요. 그리고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찾을 수 없는 자료들이 있어요. 마지막에는 헌책방에 올 수밖에 없지요. 저희는 잘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하신 분에게 내어드리는 거구요.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헌책방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자료들이 모이는 곳이 결국 헌책방이니까요.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어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대표님에게 <공씨책방>은?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요. <공씨책방>은 그저 제 삶이지요.

 

<공씨책방>
신촌역 1번 출구에서 현대백화점을 지나 홍익대 방향으로 800m 남짓 대로변을 걷다 보면 <공씨책방>이 나타난다. 1972년 경희대 앞에서 처음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광화문을 거쳐 1991년 신촌으로 이전해 올해까지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1세대 헌책방. 절판되고 찾을 수 없는 오래된 책들은 물론 50, 60년대 영화 음악, 70년대 국내 가요를 담은 CD와 낡은 카세트테이프도 판매한다. 보기만 해도 애잔한 세월이 느껴지는 공간.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12-5(신촌로 55-2) / 02-336-3058 / facebook.com/saveour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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