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에서 모두를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박창현의 건축 공감
글과 사진 박창현

<부천아트벙커B39>

어쩌다보니 <해피투데이>를 통해 소개하는 건축물 대부분이 신축 건물보다는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경우가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간 수준의 인테리어나 간단한 리노베이션 건물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관청에서 발주해 진행되는 대규모의 리노베이션 건물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해오던 관공서를 비롯한 여러 건물들이 인구감소로 인해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이 건물들을 어떻게 새로운 용도로 바꿔 사용할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할 곳 역시 최근 리노베이션을 통해 탄생한 공간으로, 조금은 낯선 용도의 건물을 새롭게 탈바꿈한 건물이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기 전에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이용되던 건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부천아트벙커B39>가 그 주인공이다.

 

1995년, 부천시 삼정동에 쓰레기 소각장이 여러 공장, 열병합발전소 등과 함께 처음 가동됐다. 이 건물들이 들어설 당시만 하더라도 그 주변 일대는 부천에서도 외곽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 확장으로 이곳은 의도치 않게 부천 도심과 가까워지게 됐고, 주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민원 대상이 됐다. 당시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던 소각장이었기에 규모가 커서 사람들에게 점점 혐오시설로 인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1997년, 환경부 조사 결과 소각로의 다이옥신 농도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해 소각장 폐쇄를 강요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시민 단체와 환경 단체의 쓰레기 소각장 운영 중단 요구와 항의가 잇달았고 결국 2010년, 쓰레기 소각장 폐쇄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그렇게 폐쇄된 이후 쓰레기 소각장으로서 그 기능은 멈췄지만 물리적인 건물의 모습은 계속 남아 있게 됐고, 철거 비용만 70억 원이 소요되는 부담이 있어 부천시는 이후 ‘철거하지 않고 공간을 최대한 살리는 문화공간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 부천문화재단과 부천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재생 사업에 공모했고 2014년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이후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문화시설로서 본격적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실제 마주한 <부천아트벙커B39>는 공간적으로 매력이 있었다. 6층 높이의 압도적으로 큰 벙커와 그에 따른 설비 및 오래된 기기들이 리노베이션 후에도 잘 드러나 있었다. <부천아트벙커B39> 주차장에 들어서면 이 공간이 이전에 어떤 공간이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혐오시설이라는 느낌은 이제 전혀 들지 않았다. 입구부터 아주 넓은 처마를 구경하며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 이곳은 당초 쓰레기 소각을 위해 설계된 건물이었지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 설계된 건물이 아니었기에 다른 일반적인 건물들이 주는 첫인상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불과 몇 명의 사람들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작동되던 역동적인 이미지를 공간에서 연상할 수 있었다.

 

건물 안 공간은 양쪽으로 분리돼 있었다. 왼쪽에는 전시가 진행되는 복합미디어실이, 오른쪽에는 본 건물로 들어설 수 있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를 거쳐 내부로 들어가자 이 건물의 첫인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압도적인 크기와 높이(39m)의 공간이 펼쳐졌다. 어두운 천장 빛이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타고 묵직하게 내려왔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재탄생한 벽 그리고 매끈하게 마감된 바닥은 마치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간의 느낌을 주었다.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작은 소음들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고, 아직 남아 있는 기계 장치들에는 빛이 더해져 강렬한 이미지를 내뿜고 있었다. 누구라도 온다면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이 공간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 공간 오른쪽으로 들어서자 앞서 봤던 벙커와는 다른 매끈한 느낌의, 하얗고 둥근 천장의 긴 복도가 이어졌다. 긴 복도를 거치니 비어 있던 기존 소각조 공간이 나타났는데, 이곳은 옥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정(中庭, 건물 안과 바깥 사이의 뜰)으로 설계돼 있다. 중정인 이곳 또한 철 구조물과 콘크리트가 어울려 묘하면서도 이상야릇한 공간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공간 영역마다 기존의 낡고 거친 마감과는 대비되는 새로운 재료들이 서로 차이를 보이며 각각의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독특하게 사용된 재료는 ‘유리’였다. 유리는 각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면서 한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이어질 때마다 재료가 가진 특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계자는 아마 이러한 재료가 가진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기본적으로 선형(線形)으로 돼 있다. 과거의 공간이 각 소각 과정을 거치면서 순차적으로 작동되던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입구를 거쳐 하나의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이어지고, 그 공간들을 연결하기 위해 건축가는 아이디어를 내어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설계했다. 복잡하고 미로 같은 형태이기에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다음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쓰레기 반입실, 벙커, 소각조, 재벙커, 유인송풍실 그리고 마지막 굴뚝까지 이어져 있어 <부천아트벙커B39>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그 동선대로 움직인다. 각 공간은 최대한 원래 가지고 있던 공간의 형태와 재료를 보여주면서 고유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살리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가는 공간에 대해서는 창의적인 상상력을 곳곳에서 보인다.

 

1층 끝에 다다르면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하는데 앞쪽 마당과 연결돼 있어 더 넓게 느껴진다. 복도 한쪽 끝에는 3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도 이전의 마감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생소한 느낌을 준다. 3층에는 과거 소각장 기계 조정실이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남아 있어 실제 공장이 가동됐을 당시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3층에는 이곳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사무실을 비롯해 디자인 랩과 각종 멀티미디어실이 있어 뮤직비디오 및 영화 촬영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와 공간이 어울려 새롭게 재탄생한 이곳 <부천아트벙커B39>는 더 이상 이 지역의 혐오시설이 아니다. 엄연히 다양한 컨텐츠가 생성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이다. ‘과거의 건물이 잘 유지됐기 때문에 지금의 이러한 독특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부천아트벙커B39>와 같은 리노베이션 건물이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부천아트벙커B39>

설계 :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건축사사무소 커튼홀)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 53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전시 화~일요일 11:00~17:00 / 월요일 휴무)

규모 :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 8,364㎡

문의 : 032-321-3901 / b39.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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