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 시원한 여름 보양식 육개장

밀양댁 엄마 손 밥상

글과 사진 이미라

얼큰 시원한 여름 보양식 육개장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불쾌지수도 동반 상승하는 뜨거운 여름이다. 있던 입맛도 달아날 지경인데, 성장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 사춘기 아들 녀석들은 “엄마, 밥 주세요”라고 알람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외쳐댄다. 흔한 보약 한 번 먹지 않고도 쑥쑥 잘 커주고 있는 녀석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끼니를 챙겨주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가뜩이나 뜨거운 날씨는 요리라는 행위 자체를 귀찮게 만든다. 이럴 때마다 나는 엄마의 밥상을 통해 에너지와 위안을 얻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남동생들에게 먹일 밥을 대접에 수북이 퍼 담으시면서 “내가 소를 키우지 이놈들은 못 키우겠다, 소는 팔면 돈이라도 벌지, 이놈들은 먹어대기만 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시던 엄마 생각도 난다. 엄마는 우리 삼남매에게 밥상을 차려주시면서 귀찮은 내색 한 번 안 하시고, 밥상 옆에 앉아 호박잎으로 쌈을 곱게 싸 입에 쏙쏙 넣어주시곤 했다. 특히 그 시절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보양식을 준비하셨는데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한 음식이 육개장이었다.

 

냉면 같은 차가운 음식은 먹을 때 시원할 뿐, 먹고 나면 몸이 더위에 더 민감해지는 기분이다. 이때 작정하고 뜨끈한 국물요리를 먹으면 땀이 쏙 빠지면서 속부터 개운함이 올라온다. 영양 가득한 얼큰한 여름 육개장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봄이면 말린 고사리를 푹 삶아서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둔다. 나물이나 찜으로 먹거나, 육개장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쓴다. 육개장에 고사리 대신 토란대나 머위줄기를 삶아서 넣어도 맛있는데, 토란대는 질길 수 있고, 머위줄기는 쌉쌀한 맛에 호불호가 갈려 주로 고사리를 듬뿍 넣는다. 건더기가 많아야 제대로 된 육개장을 만들 수 있으니 고사리, 숙주, 대파를 넉넉하게 준비한다.

 

우선 핏물을 뺀 양지머리 덩어리를 삶아야 하는데 이때 뜨거운 물에 넣어 슬쩍 한 번 끓여 불순물을 제거한다. 깨끗이 준비한 고깃덩어리를 끓는 물에 넣고 양파, 파 등 향채를 넣어 1시간 이상 끓여 국물을 만든다. 이때 기름기를 적당히 걷어내고 삶은 고기는 결대로 찢거나 먹기 좋게 편으로 썰어둔다. 본격적으로 육개장을 끓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춧가루가 국물에서 따로 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소들(고사리, 숙주, 대파)을 미리 데쳐서 고춧가루, 국 간장,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두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고춧가루와 잘게 썬 파를 넣어 약한 불에 볶으면서 빨간 고추기름을 만든 후, 준비한 육수를 부어 기본 국물을 만든다. 국물이 끓을 때 양념해둔 채소와 찢은 고기를 넣고 한소끔 푹 끓여낸다. 마지막에 액젓과 국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 마늘도 듬뿍 넣어 한 번 떠 끓인다.

 

큰 솥 가득 끓고 있는 육개장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넓은 대접에 건더기를 수북이 담고 빨간 고추기름이 동동 뜨도록 국물을 담아낸다. 건더기를 건져 먹다가 밥을 말아서 후루룩 후루룩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든든해진다. “캬~”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육개장을 먹는 아들 녀석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을 보면서 한마디 한다. “내가 소를 키우지 너희들은 못 키우겠다, 소는 키워서 팔면 돈이라도 벌지, 너희는 먹어대기만 하네….”

ⓒ(주)혜인식품-네네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