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염색학교에서의 도시락 파티

밀양댁 엄마 손 밥상

글과 사진 이미라

천연 염색학교에서의 도시락 파티

지난봄부터 참여하게 된 염색수업은 화학적인 것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자연의 것으로만 염색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회나무, 소목, 울금, 자귀나무, 홍화 등 이름도 낯선 나무와 식물이 자아내는 다양한 색감들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쪽 염색은 가장 힘들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순간이다. 엷은 옥색부터 짙은 남색까지 다양한 채도의 푸른빛을 만들어내는 쪽 염색은 담금질을 반복할수록 점점 짙은 색을 낸다.

염색하는 행위가 고되기는 하지만, 사실 염료를 만드는 것은 몇 곱절 힘든 작업이다. 쪽 항아리에는 단순한 염료가 아닌 염색학교 소장님의 노고가 담겨 있다. 봄에 쪽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다시 옮겨 심고, 쪽밭을 가꾼다. 여름이 지나면 쪽을 베어 물에 담가 염료를 빼내고, 그 물에 석회를 섞고, 물엿과 잿물 등을 넣어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야 쪽 항아리가 채워지는 거다.

반복을 통한 염색은 긴 시간을 요하기에 오늘은 각자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쪽 항아리에 천을 담가두고 기다리는 동안 식사를 하기로 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광목을 테이블보 삼아 깔고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순식간에 야외 도시락 뷔페가 차려졌다. 산삼을 캔 적도 있다는 나무박사 은희 언니는 당귀, 곰취, 치커리, 상추, 미나리 등의 쌈 채소와 함께 나물밥, 달래간장, 돼지감자전을 만들어 왔다. 언제나 씩씩한 종옥 언니는 잡채를 냄비 가득 만들어 오셨다. 가장 연장자이시지만 언제나 명랑하신 신영희 선생님은 밥그릇까지 챙겨 오시는 꼼꼼함과 함께 산초잎 장아찌와 방풍나물 장아찌를 맛깔스럽게 담아 오셨다. <한옥스테이 향우당>을 운영하는 현숙 언니는 흑미 찰밥이 가득 들어 있는 전기밥통을 안고 왔다. 올봄에 직접 만든 목련차는 그 맛이 쌉쌀하면서 깔끔한 것이 꽃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6년 전 서울에서 이사 온 영희 언니는 나무도마까지 준비해 카나페를 플레이팅했는데 아보카도와 올리브가 올라간 고급스러운 요리를 뚝딱 만들어냈다. 금귤을 꿀에 절여 크림치즈를 올린 디저트는 난생처음 보는 음식일 뿐 아니라 달지 않으면서 입을 개운하게 했다. 함께 염색하는 언니들이 한식을 준비하실 것 같아서 나는 두 가지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크랩 맛살을 핫소스, 칠리소스, 마요네즈에 버무려 오이와 함께 넣은 크랩샌드위치는 매콤해서 느끼하지 않았다. 수제 딸기잼을 바르고 계란, 치즈, 햄을 넣어 만든 파니니 샌드위치는 계란을 살짝 덜 익히는 것이 팁인데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도시락용으로 좋다. 이 밖에도 봄을 알리는 두릅과 엄나무 순, 취나물 등과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에 불고기까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도시락 파티였다.

밥을 먹은 후 쪽 항아리에서 꺼낸 천은 더 깊은 쪽빛을 머금고 있었다.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수세(水洗)를 하고, 짜고, 널어서 말리는 과정을 함께했다. 몸은 힘들지만 서로의 음식을 맛보고 정을 나눈 짧은 도시락 파티 시간이 있었기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번 학기 염색수업이 이제 딱 1시간 남아서 아쉽다. 다가올 여름이 무지 덥겠지만 다음 학기, 뙤약볕 아래서의 천연염색과 도시락 파티가 기대된다.

 

ⓒ(주)혜인식품-네네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