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왜 얼어붙었을까?

지구소요 41

글 박숭현

 

많은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의 징후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북극해를 거론하곤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해 해빙의 양이 줄어들어 사냥이 어려워진 북극곰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표적 상징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것은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며 지구 온난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북극해의 해빙이 사라지면 오랜 숙원인 북극해 횡단 북서항로가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북극해에 부존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자원을 (개발에 대한 길이 열림으로써)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들에겐 북극곰 멸종 위기는 환경 보호론자들의 과장일 뿐이다.

필자는 지구 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며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이 부족한 맹목적 환경 보호론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환경을 보호하든 자원을 개발하든 지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각도를 좀 달리해서 ‘북극해는 왜 얼어붙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극이나 북극은 추운 곳이니 늘 얼음으로 덮여 있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구 45억 년의 역사 중 북극과 남극이 얼어붙어 있었던 것은 지질학적 시간 스케일로 볼 때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남극의 경우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것은 약 3천 4백만 년 전부터이고, 북극의 경우는 대략 3백만 년 전부터 얼어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이 순차적으로 얼어붙은 것은 서로 관련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일단 북극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지구의 역사를 볼 때 육지였던 곳이 바다가 된 경우도 있고 바다였던 곳이 육지가 된 경우도 있다. 북극은 육지였는데 바다가 된 곳 중의 하나이다. 현재 지표상의 모든 대륙은 ‘판게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일부였는데 북반구의 판게아는 ‘로라시아’, 남반구의 판게아는 ‘곤드와나’로 명명되어 있다. 현재 북극해 지역은 로라시아 대륙의 일부였던 것이다.

판게아 대륙 균열이 시작된 것은 쥐라기인 약 1억 7천 5백만 년 전이었다. 이때부터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이 갈라지고 대서양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대서양이 넓어지면서 북극해 역시 형성되기 시작했다. 북극에 위치하던 로라시아 대륙의 부분이 대서양이 넓어짐에 따라 갈라지고 여기에 해수가 밀려 들어와 북극은 바다가 된 것이다. 대서양이 넓어지는 속도는 한가운데 위치한 중앙해령에서의 해저 확장 속도에 비례하는데 북극 쪽으로 갈수록 확장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북극해의 형성은 대서양에 비해 현저히 느린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형성된 북극해가 처음부터 얼어붙었던 것은 아니다. 북극해는 약 3백만 년 전이 돼서야 얼어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극해의 결빙은 약 3백만 년 전에 일어난 태평양과 대서양 간의 교류가 차단되는 큰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판게아가 갈라지면서 대서양은 점점 넓어져 갔지만, 그 전까지 유일하고도 압도적으로 넓은 바다였던 판탈라사는 오늘날의 태평양으로 축소되어 갔다. 그런데 5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태평양과 대서양은 적도 부근에서 서로 통하는 바다였다. 현재 남미와 북미의 경계인 적도 부근이 뚫려있어 대서양 물은 태평양으로 대서양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갔던 것이다. 그런데 북쪽으로 이동해 가던 남아메리카 대륙이 파나마 운하 부근에서 북미 대륙과 충돌하면서 3백 50만 년 전쯤에는 완전한 차단벽이 생겨 두 바다의 물은 더 이상 서로 통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두 바다 사이에 가로놓인 대륙의 벽은 태평양과 대서양 바닷물의 성질과 흐르는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지구 표면은 약 70퍼센트가 바다이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는 결국 바다의 조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해류에서 시작된 변화는 기후 변화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 결과 중의 하나가 바로 북극해의 결빙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태평양과 대서양의 물이 서로 차단되고 해류의 패턴이 변했는데 북극해가 얼어붙었을까? 여기서 대서양 해류의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벽이 생기게 되면 대서양의 적도 부근에서 태평양을 향해 흘러가던 바닷물은 이 벽에 가로막혀 북미 대륙 동쪽 해안을 타고 북극해를 향해 흘러들어 가게 된다. 그런데 적도 지방의 바닷물은 햇빛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또 증발도 많이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짤 것임은 분명하다(해양학에서는 이것을 염농도가 높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따듯하고 염농도가 높은 적도의 바닷물이 상대적으로 차가운 북극으로 이동하면서 북극해의 대기 중에는 많은 수분이 공급된다. 이 수분이 눈 또는 비가 되어 내리게 되면서 북극해의 바닷물은 묽어지게 된다. 증가된 비와 눈으로 인해 북극권인 시베리아에서 북극해로 흘러들어 가는 강물의 양도 증가하면서 북극해 바닷물은 더 묽어진다. 바닷물이 묽어졌다는 것은 얼어붙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닷물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태양 빛을 더 잘 반사하기 때문에 온도는 더욱 떨어져 얼어붙는 속도는 가속된다. 현대 지구 과학에서는 북극해 해빙이 형성된 메커니즘을 이와 같은 설명 한다.

적도에서 북극해로 흘러들어 간 바닷물은 어떻게 될까? 이 바닷물은 온도가 낮아지면서 무거워져서 북극의 심해로 가라앉게 된다. 이 물은 대서양 해저면을 타고 남쪽으로 흘러서 남극 대륙을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 해류의 순환에 소요되는 전체 시간은 약 1,000년에서 1,500년 정도라고 한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직접 흘러들어 가던 물이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에 생긴 벽으로 인해 이와 같이 긴 여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해류의 패턴이야말로 현재 지구의 기후를 조건 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은 물론이다. 2004년 개봉되어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위험한 결과를 경고했던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 이 전 지구적 해류의 순환이 깨지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투모로우>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기후 변화 가설 중 가장 극단적인 것 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활동이 자연이 만들어낸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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