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수근의 미학이 담긴 흥미로운 리노베이션 건물

박창현의 건축 공감

글과 사진 박창현

 

건축가 김수근의 미학이 담긴 흥미로운 리노베이션 건물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

최근 연속해서 리노베이션 건물에 대한 소개를 이어가는 동안 이 같은 건물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있다. 리노베이션 건물이 주목받는 건 인구감소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인구감소가 여러 가지 사회적인 변화를 초래한다는 건 일본의 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 말 인구절벽이 시작되어 10년간 청년 65만 명이 줄어들고 초고령 사회가 되었는데 그만큼 산업 규모가 줄고 내수도 타격을 입고 있다. 과거 건설 붐으로 지어졌던 위성도시 아파트의 인구가 빠져 나가 도시 자체가 슬럼화되, 정부에서 지은 공공주택도 운영이 벅차게 되어 흉물스럽게 방치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건축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동시에 리노베이션 건물에 대한 관심이 늘게 됐다. 더 이상 짓지 않아도 앞으로 많은 건물이 남을 텐데, 필요하다면 지금 있는 건물을 잘 고쳐 쓰자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18년부터 인구절벽의 시대로 접어들 전망인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기존 건물보다 더 아름답게 재탄생되는 건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 단계인 리노베이션 건축에 대해 섣불리 그 범위를 결정짓거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리노베이션 건축에 대한 연구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소개할 건물은 한국 현대 건축의 1세대로 불리는 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이다. 그는 김중업 건축가와 함께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수많은 중요한 건물을 설계했고 건축, 미술,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독보적인 건축가다. 일본에서 건축 공부를 했던 김수근은 1960년대에 한국에서 설계를 시작하면서 남산 자유센터, 정동문화방송 사옥, 타워호텔, 올림픽 주경기장, 세운상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그리고 일전에 소개했던 부여박물관을 설계했다. 더불어 건축 잡지 <공간>을 창간해 문화와 건축을 대중들에게 소개했고 이후 마산성당, 경동교회(1981년)를 설계할 때쯤에 오늘 소개할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를 함께 설계했다. 1980년에 완공된 당시의 건물은 어린이회관으로 설계된 것으로, 리노베이션을 거친 뒤 2014년에 아트센터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의암호와 맞닿아 있는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는 춘천이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처럼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의 건물이 의암호를 향해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고, 건물 뒤편으로 낮은 산의 지형을 이용해 야외 콘서트를 할 수 있는 스탠드(1,500석)가 조성되어 있어 지형도 잘 이용하였다. 스탠드에서 보면 중앙에 뚫린 양 날개 사이로 강이 보이는 조망은 일품이다. 그리고 건물의 지붕이 강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더욱 더 새가 날개를 펼쳐 강으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건물은 중앙을 중심으로 A동과 B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에선 그저 작은 덩어리처럼 보이는 건물의 요소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KT&G 상상마당 아트센터>는 춘천에 들어서기 전에 홍대에 첫 선을 보였다. KT&G에서 2007년부터 기업의 사회 환원을 위해 복합문화시설을 조직,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홍대를 시작으로 논산, 춘천으로 점점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홍대에서 다채로운 기획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그 노하우를 새로운 공간에도 잘 접목시키고 있다.

A동에는 200석 규모의 실력파 뮤지션을 위한 ‘사운드홀’과 전시장, ‘디자인 스퀘어’, ‘댄싱카페인’ 카페가 있고 B동에는 라이브 스튜디오, 갤러리, 미디어랩, 사진 스튜디오, 워크룸의 기능으로 리노베이션되었다.  우선 A동으로 들어가면(나중에 보니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개였다.) 작은 홀과 함께 길게 생긴 큰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은 각 층을 연결시켜주는 경사로로 위아래가 연결되어 있다. 내, 외부는 모두 벽돌로 만들어져 있어 그 무게감과 함께 중앙에 넓은 홀이 답답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바닥은 여러 개의 다양한 층을 형성하고 있어 유기적으로 공간을 연결시킨 모습이 보인다. 내부에서의 공간의 크기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잘 조율하고 있어 내부에서의 분위기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부 벽면에 벽돌이 입체적으로 쌓인 모습과 형태들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매력을 풍긴다. 건물의 반 층 아래층에는 사운드홀이 있고 위쪽에는 카페가 있는데 이곳도 작은 공간 여러 개가 모여 만들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공간의 깊이감이 있다. 이런 특징들을 잘 살려내면서 리노베이션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기능을 위해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이며 재료는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 건물의 특징을 파악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설계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꼼꼼하게 기존 건물을 파악하고 구조, 설비, 전기, 기능을 다 얻어내려면 기존 건물 조사 시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B동은 A동과 여러 부분으로 연결되어 있다. 내부 공간은 A동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기능이 조금 적어 공간이 더 잘 보인다. 공간의 크기와 위치와 높이가 다양하기에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작은 공간을 내부와 외부에서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공간의 재미가 있는 건물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다.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 건물의 작은 공간들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서울에 있는 구 <공간> 사옥이었던 아라리오 뮤지엄, 경동교회를 방문해 창의 형태라든지 기능에 따른 차이 등을 비교해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이처럼 내부 공간의 입체적인 구조도 인상적이지만 시간과 계절에 따라, 그리고 그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의 매력이다. 특히 이곳 2층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들은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1층 창가 자리에서 의암호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의암호 주변으로 길게 나 있는 산책로 코스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

위치 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399번길 25

규모 지1, 지상 3, 2,237/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축 1980년부터 춘천시 어린이회관으로 사용되었고, 2014<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로 리노베이션

문의 033-81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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